적막과 어둠이 지배하는 또렷한 밤.

잠깐 졸았다.
푹 잤다.
일어나보니 3시간이나 지나서 밤 11시였다.
평소라면 잘 준비를 슬슬 할 시간이다.

그 외에도
평소 같은 건 아무 것도 없었다.
금요일 밤마다 취해서 도란도란 얘기하던 무리들도 어디 갔는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달과 별은커녕 옆집 형광등조차 켜지지 않아
아무 빛도 보이지 않았다.
푹 자고 일어났더니 정신이 너무 또렷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내가 멀쩡히 생각하고 있는데
적막과 어둠이 나를 지운다.

무엇을 먹을 수도 없었다.
누구를 부를 수도 없었다.
어디도 갈 수도 없었다.
뭐라도 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버려진 아이처럼
또렷한 밤에 내가 나를 지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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