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14

도로는 정리되었고, 가로수는 하나만 남았다. 가로수는 한 번도 포옹한 적 없기에, 혼자서 견딜 수 있었다. 견디는 매일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다. 비가 오면 오는 만큼 맞고, 발에 차이면 차는 만큼 맞았다. 나무가 어른이 될수록 밤은 싸늘해졌다.

나무가 눈을 깜박일 때마다 밤과 낮이 바뀌었다. 옆 인도에는 매일, 너무도 빠르고 무거운 바람들이 아침저녁으로 바위에 발길질을 했고, 몇 밤만에 평탄하고 촘촘하게 깔려있던 돌들이 부서졌다. 그러면 또 바람들이 한 번씩 나타나 바위를 늘어놓았다.

바람들은 너무 빨랐다. 비가 오면 바람에 맞고 나무로 튕긴 물방울이, 껍질에 서서히 스며들면, 나무는 그제야 바람의 냄새를 조금이나마 알아챌 수 있었다. 나무는 바람과 빗물을 기다리며, 자신이 느낀 바람들을 잎사귀에 하나씩 그렸다.

짙은 기억이 한창 푸르던 날부터 나무는, 이 기억들이 하나씩 땅으로 지워져 내릴 날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푸르고 강하게 잎사귀를 쥐고 있던 어느 날, 번쩍이는 바람이 나무에 부딪혀왔다. 물방울에서 유리맛이 났다. 무척이나 날카로운 강철 바람이 나무의 몸을 휘감았고, 뿌리 근처는 바람의 잔해로 덮었다. 잠깐 사이에 그 바람은 완전히 멈추었다. 나무는 그것을 이제 바람이라고 부르지 않기로 했다. 포옹이다. 바람이 최선을 다해, 위로하기 위해 달려와 부딪힌, 단 한 번의 포옹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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