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문학

글동네/리뷰 2008 2010. 4. 1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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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1.     서양 환상문학의 흐름 

A.     낭만주의 

B.     세기말과 세기초 

C.     대중 환상문학 

D.     전통적인 주제 

E.     환상의 기능 

2.     서양의 현대 환상문학 

A.     스티븐 킹 

B.     해리포터 

3.     서양과 비교한 우리나라 환상문학의 현실 

A.     사조의 흐름 

B.     박민규 / 김영하 / 이 영도 

4.     방향 

A.     장점; 벗어나려고 하는 태동 

B.     갖출 점; 주제의 발견 / 살릴 것; 재미의 동반 

C.     방법; 촐라체 블 로그 

 

 

 

 

서양 환상문학의 흐름

 

낭만주의

서양의 문명은 유럽에서 그 기초를 찾을 수 있다. 르네상스 이후, 17세기 프랑스에서 확립된 신고전주의, 그리고 계몽주의에 반발하여 일어난 사조가 낭만주의이다. 18세기에 나타난 낭만주의는 계몽주의가 신봉한 이성에 대한 반발이다. 이성의 비합리적인 면, 즉 인간의 취약한 면에 불신을 가지고, 심성을 신뢰하는 문화다. 이 낭만주의에서 초현실주의로 이어지는 맥락은 그 표현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인간의 상상력과 감성적이고 비합리적인 표현방식이 그런 점이다. 낭만주의 시대에 환상문학 작품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지만, 이 시기의 환상 개념은 상당히 모호한 상태였다. 많은 양의 기이한 이야기나, 기상천외 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에드가 엘런 포의 등장으로 비로소 과학, 기 술, 논리와 더불어 환상문학이 근대에 자리잡게 된다. 포는 자신의 소설들에서 모든 미신과 전설과 마법을 몰아내고, 희극성과 인물들의 풍자성을 발전시켰다. 이야기의 논리적 구성에서도 포는, 환상적 이야기가 더 이상 꿈속에서와 같은 어수선한 방랑에 만족해서는 안 되며, 독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산출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타원형 초상화』는, 생 명을 창조하여 신이 되고 싶어하는 화가가 주인공이다. 그가 그린 여자친구의 초상이 너무 완벽해서 그녀의 생명을 빨아들이고 만다. 포 작품에서 나타나는 죽음의 중요성은, 삶과 죽음의 경계들에 대한 매혹에서 비롯된다고 비평가들은 평가한다.

이는 19세기 중반, 실증주의의 태동으로 더욱 부흥한다. 실증주의는 과학을 신봉하여 실험 의학을 일으키고, 정신 현상을 의학적으로 연구하게 된다. 이는 환상문학이 더욱 사실적인 세계, 일상에 가까운 모습을 갖출 수 있도록 만들었다. 모리스 르나르의 작품 속에서 시사적인 주제가 다뤄지는데, 장기이식에 관한 것이다. 『레른 박사』라는 작품의 주인공은 동물의 장기이식을 하다가 살아있는 두 생물의 뇌를 뒤바꾸기에 이른다. 그 는 실험대상을 인간으로 확장시킨다. 이 소설에서 레른 박사의 영혼은 자동차에게까지 이식되고, 자 동차는 생명체가 되어 부패하기 시작한다. 이 이야기는 호러를 넘나들며 환상적인 틀 안에서 공상과학과 결합한다.

 

세기말과 세기초 

사실주의와 자연주의는 여전히 비중 있는 문학작품들을 생산하고 있었다. 그러나 수많은 예술가들이 산업 문명과 더불어 확산된 물질주의를 거부하고, 이상적이고 신비한 것을 추구했다. 환상문학 작품들은 자연스럽게 이런 흐름의 영향을 받았다. 19세기 말은 상당 부분 세기말 분위기에 젖어 있었고 그것은 문학 뿐만아니라 회화, 조각, 건축 등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상상의 세계 또한 도피처를 구하고 있었다. 때문에 이 시대의 중심 단어는 이방인’, ‘이국異國’, ‘새로운 것이 었다. 쥘 바르베 도르빌리(Jules Barbey d’Aurevilly)의 『디아볼릭』처럼 악마숭배주의나 신비술(occultisme)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이 는 1850년대부터 실제 유행이 되기도 했다. 육체는 늙지 않고 그림이 대신 늙어가는 이야기로 유명한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같은 육체의 상실을 다룬 작품도 많았다.

특히 세기초에는 다양한 과학적, 철학적, 심리적인 연구들이 발달하여 많은 현실 개념을 내놓았다. 다윈의 진화론,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학이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등이다. 생물학은 새로운 종의 출현을 맞이했고, 인간 정신의 일부분이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음도 드러났으며, 시간은 상대적인 것이고, 물질은 불안정하다고 밝혀졌다. 이와 같은 사실들이 일반인들에게도 보급되었다. 이는 세기말에 도피처로 여겨졌던 다른 차원의 공간들이 세기초에는 현실의 다른 한쪽에 존재하는 세계로 여겨지는 꿈이 되었다.

 

대중 환상문학

낭만주의 문학과 낭만적 성격의 연재소설의 만남으로 탄생한 19세기의 대중소설은 당대에 엄청난 성장을 했다. 그러나 대중소설과 환상문학의 만남은 20세기 초에 이루어졌다. 대중소설에서 폭력은 고문, 식인, 신체 절단 등 잔혹하고 무시무시한 장면으로 넘쳐난다. 대중적인 환상소설에서 괴물들은 정신적이든, 신체적이든 무리를 이루고 있다. 웰스, 러브크래프트, 매첸 등의 작품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는데 흡혈귀마저도 적지 않은 숫자로 나타나 공포를 자아내는데 한몫을 한다. 이에 주인공 또한 힘을 지니고 있게 된다.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풀어가는 능력이나 사랑이 그에게 가져다 주는 힘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호러와 함께 미스터리한 모험 이야기가 발전한다. 가스통 르루는 유령, 저주받은 장소, 흡혈귀, 마법사 등의 소재를 활용하여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데 뛰어난 작가였다. 결국 설명할 때에는 가장 전통적인 방법을 택했다. 셜록 홈즈와 해리 디킨슨은 때때로 유령이나 흡혈귀의 모습을 띈 범인을 추겨간다. 그들은 상대방을 흡혈귀나 늑대인간에 비교함으로써 그런 존재들과 동일시한다. 가스통 르루, 『검은 옷을 입은 여인의 향기』의 룰르타비유는 자기가 쫓는 범인 라르상이 늑대인간이라고 생각하고, 뤼패은 그의 적수가 계속 변신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대중문학을 전파하는 데는 전문화된 잡지들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미국의 『Stranges Sories』, 『Horror Stories』, 『Weird Tales』 등이 프랑스 잡지보다 월등한 판매량을 보였다. 하워드, 러브크래프트 등이 『Weird Tales』를 통해 많은 독자들과 만날 수 있었다. 이런 잡지들은 대부분 전설적인 이야기들을 주로 다루었고, 신비술과 마술에 흠뻑 빠져있었다. 특히 러브크래프트는 『Asounding Stories』, 『Amazing Soties』, 『Fantasy Magazine』 등 수많은 잡지들과도 함께 일했으며, 대필을 하기도 하면서 생계를 유지했다.

괴물, 유령, 늑대인간에 의존하지 않고 환상적 차원을 인간의 내면으로 끌어들여 종전의 흐름을 막은 작가가 카프카다. 카프카는 초자연성이나 전통적인 소재에 의존하지 않았다. 『변신』에서 드러난 번민은, 자아가 세계에 대해 느끼는 이질감에 의한 번민이다. 카프카의 인물들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모두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규칙들은 미지의 상태이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은 종종 부조리함을 느낀다. 『변신』과 같은 작품에서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가 곤충으로 변신하는 것이 정상적으로 보인다면 자연적인 것과 초자연적인 것을 구분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의 가족들은 이 새로운 상황에 단순히 당황한 듯하며 그 불편함을 일시적으로 대처하려고 한다. 알베르 까뮈가 강조했듯이 우리는 그 부족한 놀람에 더욱 놀란다.

러시아와 미국 국적을 동시에 가진 세계적인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소설적인 공상을 발휘하면서 카프카와는 다른 부조리한 세계를 꾸며내고, 이탈리아 작가 디노 부자티는 일상의 번민을 부각함으로써 카프카와 가장 근접한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나보코프의 작품은 줄곧 모호함을 다룬다. 그의 작품 중 『고통으로의 초대』는 사형수의 마지막 일주일을 이야기한다. 감옥의 간수들은 벽을 통과하고 외견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하고 있고, 사형집행인은 죄수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즉석에서 서커스 상연을 꾸민다. 나보코프는 법 장치의 부조리보다 넌센스에 가까운 세계를 창조한다. 이렇게 카프카의 작품에서 시작된 현대 환상문학은 이성과 초자연의 대립에서 이성과 비이성, 의식과 무의식, 일상과 일탈로 옮겨진다. 즉, 합리적인 법칙을 벗어나는 현상에서, 숨겨진 법칙을 예감케 하는 것이다. 혹은, 이 법칙의 자체를 부정하기도 한다. 그런 맥락에서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적막한 장소에 인물들을 위치시키고, 기다리게 하지만 그는 결코 오지 않는다. 이는 고도를 신과 동일시함을 넘어, 작품이 나타내고자 하는 것은 기다림 그 자체라고 말한다.

 

전통적인 주제

서양 환상문학의 전통적인 주제들은 19세기에 거의 등장했다. 유령, 악마, 마법, 늑대인간, 흡혈귀, 움직이는 조각상 등 신화와 민간 설화에서 차용한 소재들이 많았다. 이 것들은 여러 주제를 표현하는데 쓰였는데, 등장인물의 현실, 믿음 체계를 흔들기에 좋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주제 중 하나는, 삶과 죽음이다. 유령이나 흡혈귀 등 죽은 존재들은 살아있는 작중 인물에게 공포의 원인이 된다. 『적사병의 가면』이라는 포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죽음 그 자체가 살아있는 사람들 가운데에 나타나기도 한다. 죽음은 정복될 수도 있다. 불멸하며 수 세기를 사는 사람도있고, 환생하는 사람도 있다. 죽음을 상징하는 악마는 환상문학의 대표적인 등장인물이다. 악마는 불가사의한 일들을 일으키기도 하고, 동물이나 인간들이 악마의 힘을 사용하기도 한다. 또 다른 주제는 육체 혹은 정신의 분열이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스티븐슨)』과 같은 작품도 이와 같은 주제에 속한다.

또 다른 주제는 분신이다. 포의 『윌리엄 윌슨』등에서 나타나듯, 분신은 자아의 또 다른 면, 어두운 면이다. 때로는 신체가 분열하기도 한다. 이렇게 자율성을 획득한 이러한 신체 부위들에서도 분신의 존재는 인식된다. 카프카의 『변신』처럼 그것들은 그것들의 본성에 의문이 제기될 때, 비로소 괴물임이 드러난다. 괴물은 또 다른 세계의 표식이며, 우리 세계 속으로의 초자연적인 요소의 침입을 의미한다.

환상문학에서는 통상적으로 경계가 뚜렷한 사건들 사이에 예기치 않은 관계를 맺어, 또 다른 인과관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포의 『어셔 가의 몰락』에서는 장소가 인간의 운명을 변화시키는 힘을 지니기도 한다. 카프카에 의해 시작된 부조리한 환상에서도 통상적인 인과성은 변형이 일어나있다.

 

기능

로제 카이유는 “환상은 현실 세계의 견고함을 전제로 하지만, 그것은 그러한 견고함을 더 잘 파괴하기 위해서인 것이다.”라고 말한다. 환상은 합리적인 사고를 필요로 하는데, 그것을 이 합리적인 사고를 혼란에 빠뜨리고, 합리적인 사고가 불합리한 것 또는 분류할 수 없는 것의 존재를 인정하게 하기 위해서다. 즉, E.A.포 이래로 발전한 환상문학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공포다. 루이 바(Louis Vax)는 『예술과 환상문학』에서 “우리는 처음에는 우리 자신의 확실하고 견고하고 안심이 되는 세계 속에 있지만, 이윽고 기이하고 소름끼치고 불가해한 사건이 도래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현실적인 것과 가능한 것 사이의 갈등이 야기하는 특수한 전율을 경험하게 된다.”라고 말한다. 환상은 인물의 확신과, 불가능한 것에 대면하게 하는 사건의 충돌에서 나오는 것이고, 독자는 이를 인물과 함께 경험하는 것이다. 환상은 갈망을 충족시켜주기도 하고, 두려워하는 것을 불러내기도 한다.

환상은 인간을 욕망에서 해방해주기도 한다. 흡혈귀의 테마는 허구를 통해 성적 금기를 깨뜨리게 해주며, 살인을 일삼는 가학 성향의 괴물이 등장하는 모든 이야기들은 우리가 지닌 변태적인 성향들을 해롭지 않은 것으로 만들어 준다. 환상적인 상상들은 이러한 충동들이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게 해주는 것이다.

환상은 공포를 수반한다. 공포는 언제나 인간 삶의 일부였다. 공포를 느끼기 위해 인간은 인위적으로 공포를 창조하기도 한다. 실제로 공포는 미지의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위협적인 것으로 익히 알려진 것에서 나온다. 환상문학의 작가는 독자의 기억 속에 잠자고 있는 오래된 공포들을 끌어내는 기술을 지니고 있는데, 왜냐하면 가장 무시무시한 공포는 오래된 테마들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공포는, 우리가 상상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위협이 갑자기 현실이 되어 나타날 때 발생한다. 따라서 독자는 주인공의 감정을 함께 느끼고, 그와 함께 공포를 동반한 이야기에 참여하도록 이끌린다. 독자는 여기서 공포에서 오는 쾌감을 취한다.

 

 

서양의 현대 환상문학

 

스티븐 킹

그는 대학 생활 중 1년은 세탁 공장에서 일했으며, 1971년에는 햄프던 아카데미의 영어 교사직을 얻게 된다. 첫번째 장편소설 『캐리』는 1974년 출판되었다. 이후 『살렘』, 『샤이닝』, 『쿠조』, 『크리스턴』, 『미저리』, 『암흑의 저편』 등등 연이어 성공을 거두며 대중들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각인되어 있다. 스티븐 킹에게 공포는 삶의 본질적 요소다. 공포는 현실을 체험시켜 주고 위험을 식별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는 환상작가라는 칭호 이상으로 공포작가라는 말이 어울린다. 그가 문학성을 인정받은 것은 1988년 「미저리」로 브람 스토커 상을, 1996년 오 헨리 상을 받았고, 2003년에는 전미 도서상에서 공로상을 받았다.

“나는 인간의 가장 섬세한 감정이 공포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내가 독자들에게 공포감을 주려는 이유이다. 만일 내가 독자들을 겁나게 하지 못하면 소름끼치게라도 할 것이고, 그렇게도 못하면 오싹한 엽기적 사건을 이용할 것이다.”라고 그의 에세이집인 「죽음의 무도」 『에세이』에서 밝히고 있다. 독자, 즉 대중들을 직접적으로 노리고 집필한다는 점에서 그는 분명히 대중문학 작가이며, 독자들에게 현실과 격리된 환상성을 74년 대뷔이후 30여 년간 꾸준하게 고집하고 있다는 점에서 존경받을 작가다.

 

해리포터

해리포터는 세계적인 대중 환상문학이다. 해리포터 완결편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은 인터파크에서 예약판매를 시작한 29일, 하루 동안 1,600 세트가 팔려 역대 최고 하루 판매량을 기록했다. 한화 약 190여억원을 들인 철통 보안 등 많은 이슈를 낳으며 지난 7월 21일 출간한 해리포터 원서 7부도, 예약 판매 기간 중 출간 전날 가장 많은 500부가 팔렸다. 뿐만 아니라, 인터파크도서측의 최근 2년간 국내 일일 판매 기록도 가볍게 눌렀다. 이는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영화가 개봉함과 동시에 1,200부가 팔린 기록, 이선미의 『커피프린스 1호점』 2회만에 850부 , 쥐스킨트의 『향수』의 동명 영화 개봉과 함께 700부가 팔린 것과 비교된다. 도서 판매량뿐만 아니라, 영화는 전세계적으로 9억 2610만명, 국내 450만명을 동원하는 기록을 낳았다.

그렇다면 해리포터는 위의 환상문학 흐름에 참여하고 있을까. 국내 아동문학 평론가인 손향숙은 “해리포터 시리즈는 마케팅의 승리일 뿐 문학작품으로는 가치가 없다”라며, “해리포터의 인기는 세상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과 새로운 가능성의 탐색에 기원한다기 보다는 기술과 소비에 익숙한 독자들의 감성을 파악하고 자극한 데서 얻어진 것”이라며 고전의 반열에 올릴 수 없다고 했다. 그 근거로 책 발간 전 작가 인터뷰 금지 등 책 내용에 대한 비밀 유지 작전으로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영화 판권을 사들인 미디어 그룹 AOL 타임워너가 자회사인 TIME과 CNN 등을 동원해 시장을 창출한 전략을 들고 있다.

물론 반대의견도 있다. 아동문학가 이윤희는 “거대 자본을 동원한 마케팅만으로 흥행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실과 마법세계를 넘나드는 기발함, 상상력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캐릭터들, 익숙해지면 더 큰 재미를 느끼게 하는 마법의 규칙 등을 흥행요소로 꼽았다. 작가인 롤랑은 해리포터 시리즈에 어떤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NBC와의 인터뷰에서 “유머, 강한 캐릭터, 빈틈없는 구성, 공포”를 들었다.

현실세계를 머글의 세계로 하대함으로써 해리포터는 현실세계의 견고함을 무너뜨리고 합리적인 세계에 비합리적인 세계를 편입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환상문학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이 작품이 논쟁에 휘말리는 이유는 여러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아동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많은 성인들이 이 작품을 읽고 평하고 있지만 대상이 유소년층이기에, 기존의 환상문학들이 다뤘던 전통적인 주제들을 언급하진 못하고 있다. 때문에 이 작품은 진지성에서 심각하게 의심받는다.

 

우리나라의 환상문학

어쩌면 환상문학만의 문제는 아닐 지도 모른다. 문학평론가 조영일은 한국문학의 획일화에 대해 기고문을 신문에 실은 적이있다. 그는 가라타니의 ‘근대문학의 종언’, 즉 문학(소설)이 근대에 들어서 부여받은 ‘특별한 중요성과 가치’를 잃었다는 관점을 우리나라에서 잘못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시작한다. 가라타니의 ‘종언’은 ‘중요성’, ‘가치’에 있는데, 국내 현 문단은 이를 ‘종말론’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는 위기에 눈감아 버리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가라타니는 일본의 근대문학에서 ‘미학’과 ‘우월주의’가 사라졌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저급한 것으로 취급되어온 감정이 지적, 도덕적 능력(이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그것들을 연결시키는 것이 바로 ‘상상력’이라고 한다. 이전까지 ‘상상력’은 ‘공상’과 같은 부정적인 의미만 갖고 있었다. 그러자 ‘공상적인 것=오락적인 것’으로만 취급받던 소설이 ‘공감’을 통해 다양한 사회적 계층을 하나로 만드는 매체로서 격상되었다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문단-출판계-대학-신문’이라는 문학시스템이 이전의 관념을 생산하고, 소비해왔었다.

조영일은 현대 활동하고 있는 한,일의 소설가 구성을 비교했다. 한국 소설가로는 박민규, 정이현, 천운영, 편혜영, 전성태, 하성란, 조경란, 강영숙, 윤성희, 이기호, 백가흠, 김종광, 백민석, 이신조, 김애란 등을 들 수 있겠고, 일본소설가로는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가네시로 가즈키, 오쿠다 히데오, 에쿠니 가오리, 미야베 미유키, 와타야 리사, 유미리, 가네하라 히토미, 야마다 에이미, 이시다 이라, 쓰지 히토나리, 다구치 란디, 교고쿠 나쓰히코, 히라노 게이치로, 기리노 나쓰오, 온다 리쿠 등이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 두 그룹 사이엔 결정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그것은 한국 쪽 구성원이 모두 문예창작과 출신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반해, 일본 쪽은 단 한 명의 문예창작과 출신도 없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문창과 및 국문과 출신의 성공은 매우 적으며, 다양한 경험의 소유자들이라는 점이 한국문학의 획일성을 꼬집고 있다. 비평단 또한 국문과 출신이 모두 점령하고 있다며, 조영일은 한국문학이 문학시스템에 맞게 ‘그들만의 문학’으로 변질되었다고 말한다.

환상문학은 독자의 참여를 강력하게 요청하는 장르다. 독자는 주인공의 감정을 함께 느끼고, 공포를 동반한 이 놀이에 참여하도록 이끌린다.이는 우리가 현재의 삶이 아닌 다른 현실 속에 있다고 생각해야만 가능하다. 환상문학 속에서 독자는 초자연적, 불가해, 끔찍한 것의 존재를 믿는다. 또 다른 현실 속에서 그들의 존재를 믿을 때, 독자는 공포라는 환상문학의 재미를 알게 된다. 근본적으로 환상문학의 가장 큰 기능은 괴리감에서 오는 공포이며, 이는 순수하게 상상력에 기초한다. 따라서 조영일의 지적처럼 이 상상력이 흔들리고 있다면 가장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 장르는 바로 환상문학일 것이다.

박민규의 장편 『핑퐁』은 기이한 이야기다. 상상력에 기초하여 건설한 환상성이 있는 이야기이다. 박민규의 작품은 단편집인 『카스테라』 등에서 현실에서 나타날 수 없는 현상들을 그리고 있다. 김연수 또한 이러한 환상적인 분위기로 소설을 이끌어간다. 이를 문화평론가 김헌식은 ‘영상적 상상력에 퇴패’라고 표현한다. 그는 “여전히 소설은 과거의 텍스트 구조에 있다.”며, 박민규를 비롯한, 천운영, 김연수, 김경욱, 정이현 등은 “젊은 층들의 목소리가 담긴 작품이기보다는 기성세대들의 시각이 곰 삯은 작품들”을 쓰고 있으며 “386 정서의 마지막 잔영”이라고 지적한다.

박민규의 인터뷰 중, 그의 문학성 지적에 대해 답한 부분이 있다. “문학성을 제기 하는 걸 보면 흡사 토끼가 바다 속에서 잘 살고 있는 거북이인 저에게 육지로 나오라고 유인하는 것 같아요. 제 바다에서는 제가 일등이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데 왜 육지로 올라가 무리하며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차라리 전 그들에게 제 바다로 들어오라고, 제가 교화시켜 줄 테니 기다리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는 평론가가 아닌, 독자가 읽는 글을 썼다고 했다.

현재 국내 환상문학의 작품군을 보면, 박민규, 김연수, 김영하 등 작가들은 조영일 평론가의 말대로 어느 정도 획일성을 느낄 수 있다. 주제를 표현함에 있어 환상을 활용하는 정도에 불과하지, 서양에서 나타났던 다른 세계로 인한 공포에 바탕을 두고 그 위에 주제를 쌓지는 못했다. 그래서 그들의 작품은 환상이라는 기능을 어느 정도 사용하고 있지만, 환상문학이라는 장르문학으로는 확연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이는 앞서 설명한 낭만주의 시대처럼 아직 개념이 잡히지 않던 시기의 작품들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위 작품들과 판타지, 무협소설 등으로 불리는 장르문학들은 기묘하고 이상한 이야기들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어느 쪽도 서양처럼 환상에 대한 개념, 즉 흐름을 잡지 못하고 있다.

판타지 등 국내 환상문학이라는 장르문학 출판 붐의 물꼬를 튼 작품으로 『퇴마록』, 『드래곤 라자』를 꼽을 수 있다. 이우혁의 『퇴마록』은 94년 많은 인기를 받으며 출판되었다. 98년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기에 연재 종료와 동시에 책으로 출판되었다. 이 작품은 나오자마자 총 70만부에 이르는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는 출판사들이 판타지소설을 출판하기 위해 뛰어들게 했으며, 이후, 『비상하는 매』,『가즈나이트』,『하얀 로냐프강』,『카르세아린』,『불멸의 기사』,『용의 신전』,『다크문』,『세월의 돌』,『거울의 길』,『탐그루』등. 이외로도 무수한 작품들이 출판되어 쏟아져 나왔다. 당시 한 출판사는 한 해 매출이 72억에 달해 그 해 한국 전 출판사 중 매출 2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판타지소설과 무협소설은 소설로서는 분류를 하고 있지만, 장르문학으로서 개념은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대중에게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 『드래곤 라자』 이 후이니 이제 8년 째에 접어든다고 볼 수 있다. 그 사이, 통신과 인터넷을 통해 무분별하게 쏟아져 나오던 작품들을, 이제는 독자들도 분별하여 보기 시작했고, 찍어서 팔면 돈이 되던 출판사 업계의 붐도 사그라 들었다. 그러나 스티븐 킹의 작품은 여전히 국내 독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고,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는 베스트셀러에 꾸준히 기록되기도 했다. 이들이 대중적으로 잘 알려질 배경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살바도르 플라센시아의 처녀작, 『종이로 만든 사람들』의 베스트셀러 기록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위 작품들은 모두 문학성을 충분히 인정받고 있으며, (주제 사라마구는 환상문학 작가로 국내 언론에서 언급되는데 노벨상을 수상했다.) 환상성 또한 갖추고 있다. 현대의 독자들 사이에 환상문학은 충분한 독자층이 형성되어 있다는 의미다. 환상문학을 골라읽는, 또는 특별히 환상문학을 기피하지 않는 사람들이 충분히 있다. 즉, 국내 소설들의 부진은 그 작품성(대중성을 포함한)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국내 환상문학의 방향

 

주제

유럽을 비롯한 서양이 겪은 문명의 변화를 우리는 단숨에 지나가고 있다. 낭만주의를 비롯한 실증주의와 세기말과 세기초의 시대적 분위기, 대중매체 발달에 따른 문학의 대중화를 빠른 시간에 지나오느라 많은 세부 장르들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이는 우리나라 환상문학의 전통적인 주제가 자리잡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유럽에서는 많은 신화와 이야기가 반복되고, 다르게 해석되며 여러 이야기로 파생되어 사람들의 뇌리에 자리잡은 반면, 우리의 환상은 중국과 일본 및 급속한 근대화에 묻혀 제대로 색깔을 띄지 못했다. <전설의 고향>에서 보여지는 하얀 소복입은 처녀귀신과 같은 과거 문물과 결합한 형태의 환상이 위태롭게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유럽이 그러했던 것처럼, 국내에서도 우리나라만의 환상을 찾으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장화, 홍련>, <태왕사신기>에서 나타나는 설화와 그에 뿌리를 둔 환상은 한국적 환상을 수립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문학에서도 이우혁의 『왜란종결자』와 같이 꾸준히 한국의 고대 설화를 이용한 환상성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있다. 다만, 이와 같은 일련의 노력들이 아직 자리잡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현재 국내의 환상문학은 서양에 비추어 볼 때, 양극으로 분열된 형태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서양의 경우, 기능으로서의 환상을 사용한 문학과 장르로서의 환상문학이 고루 분포되어 있는 반면, 조영일의 평대로 문학시스템의 고착 때문인지, 박민규, 김연수, 김영하 등으로 대표되는 환상의 기능을 사용하는 문학(이하 환상기능문학)과, 이우혁, 이영도 등의 장르로서의 환상문학(이하 환상장르문학) 사이에 높은 벽이 있고, 그 중간으로 평가받는 작품이 극히 드물다. 이것의 극복을 위해서는 먼저 주제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환상장르문학이 문단의 외면을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주제의 문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환상장르문학은 독자의 재미를 추구하는 면이 크다. 재미는 독자들이 책을 읽는 중요한 이유이며,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를 흥미 본위로 끌고 가는 것은 해리포터가 마케팅의 산물이라는 평가와 비슷한 결론을 문단에서 내리게 할 뿐이다. 결국 서양의 200년이 넘는 환상문학만큼의 양은 아니더라도, 주제와 기능을 갖춘 작품들이 다양하게, 그리고 고르게 문단에 쏟아져 나와야, 한국 환상문학의 독창성이나, 깊이로 독자들 사이에서, 그리고 문단에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최대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에서 얼마 전부터 박범신의 「촐라체」를 블로그를 통해 연재하기 시작했다. 사실 조선일보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달콤한 나의 도시」를 검색하면 연재물을 읽을 수 있다. (삽화를 포함해서) 그러나 문학 프로작가의 블로그를 통해 연재를 시작한 것은 「촐라체」가 처음이다. 이는 대중들의 통로인 통신망의 수단에 문학작품을 게재함으로써 독자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아마추어들이 글을 올리는 공간으로 인식되던 통신망에 대한 개념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이는 환상문학 뿐만 아니라, 대중문학의 편견이 지워진 미래를 어렴풋이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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