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현

글동네/리뷰 2008 2010. 4. 11.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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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현의 글은 다가온다

정이현 <달콤한 나의 도시>

 

1. 삽화

신문 연재소설에서 삽화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신문기사는 글 내용도 중요하지만, 헤드라인과 사진이 결합한 시각적 형태, 즉 레이아웃이 중시된다. 예전에 밤에 미리 찍어둔 신문과 아침에 다시 찍은 신문의 레이아웃은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레이아웃에 관해 경험에서 유래한 불문율도 많다. 심지어 사 진의 시선은 기사 쪽을 향하게 하라는 말도 있다. 이는 신문은 글의 집합체를 넘어 시각적인 요소 또한 중요시 여기고 있음을 알려준다. 신문은 대중이 매일 가볍게 접하는 매체이다. 슬쩍슬쩍 지면을 넘기며 원하는 기사를 찾는다. 그 사이에 신문 연재소설 또한 자리잡고 있다. 때문에 신문 연재소설도 시각적인 영향을 많이 주어야 한다.

정이현의 <달 콤한 나의 도시>의 삽화는 자주 논란 거리를 제시했다. 한창 연재 중이던 시기, 2005 11 21일자, ‘이대학보는 한 면 전체에서 정이현과의 인터뷰와 작품 담론을 게재할 정도였다. 11 9일자 신문에 난 삽화는 남녀가 벌거벗은 몸을 포개고 있는 장면이 있었다. 이를 그로테스크하게 표현하긴 했지만, 독자들의 비평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이런 삽화가 자주 있었던 것은 아니다. 6개월 동안의 연재에서 비판을 들을 만한 삽화는 몇 장 없다. 이는 대중을 향한 하나의 전략일 수 있다. 그림을 그린 사람은 권신아인데, 2003년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 포스터에 참여할 정도로 실력있는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상징과 몽환적 분위기에, 가끔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킬 논란거리를 제공하는 삽화를, 쉽게 지면을 넘기는 독자의 손을 붙들어 두는 하나의 훌륭한 장치로 활용했다.

 

2. 회 끊기 갈등이 열린 상태. 대사 & 감정묘사

 정이현의 힘은 이 회를 끊는 부분과 시작하는 부분이다. 문학평론가 김미현 교수(이화여대 국문과)지 금까지 신문 연재 소설은 30대 이상 남성 독자를 위한 스토리 중심의 대하 소설 혹은 로망이었지만, 정이현 소설은 스토리가 아닌 신(Scene)을 중심 삼아 여성 독자들의 자아 중심 욕구를 잘 건드려 주었다고 말했다. 특히 매 회를 마무리하는 부분은 드라마의 마지막 신(Scene)처 럼 갈등의 발단에서 항상 끊어진다. 그 회의 분위기의 맥을 끊는 하나의 대사와 그 갈등과 어우러지는 짧은 묘사. 이것은 회마다 상습적으로 이루어지는 하나의 장치이다. 독자는 그 장치의 힘을 알면서도 모른 척할 수 없으며, 다음 회를 기대하게 한다.

 

3. 단어 선택- 상 표, 20대에 익숙한 용어 사용, 외래어를 섞다

 소설 자체의 분위기 탓일까. 문학평론가 하응백씨는발랄함과 도시적 감수성으로 무장한 신세대의 연애관과 결혼관을 잘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등장 인물들의 말투, 그들이 먹고 마시고 보는 것 등이 오늘, 이곳을 사는 이들의 현장을, 신문이란 매체만큼 현장감 있고 생생하게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하씨는 “1970년대 연재소설의 새 장을 연 최인호를 읽으며 신선함을 느꼈는데, 정이현을 통해 21세기 버전의 신선함을 접했다고 덧붙였다.

 정이현이 선택한 단어들은 우리가 지금, 자주 쓰는 말이다. 한국 작가라면 피해왔던 우리말로 대체할 수 있는 외래어를 서슴없이 사용했다. 이 는 주인공의 나이와 그 주변에서 이루어지는 사건들을 더욱 독자에게 가깝게 접근시켜 공감하게 만든다. 등장인 물들이 내뱉는 말과 서술들이 마치 옆에서 친구가 하는 말과 크게 차이가 없기에, 독자들은 작품에 더욱 쉽게 빠져든다. 이런 맥락으로 빠지다보면 통속적이기 쉽지만, 정이현은 그 사이사이에 잠언과 같은 말들을 말장난하듯 내뱉어 놓아 더욱 폭넓은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단어 선택으로 공감대를 넓히고, 표현력으로 문학성을 끌어올렸다.

 

위와 같은 장치들로 정이현은 많은 독자들을 확보하여 대중 작가로 일어섰다. 문학평론가 김수이 교수(경희대)대중적 흡인력을 전략적으로 노리는 엄청난 장점이 성공하고 있다고 평했다. 다양하고 매력적인 삽화와, 평 소 접하는 쉬운 단어들이 대중들을 그녀의 작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들은 작품이 대중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튼튼한 디딤돌이 된다.

 

문학과 영화 양쪽에서 모두 평론가로 활동 중인 강유정(31)과 정이현의 대담에서 정이현은 이렇게 말했다.

 

* =가독성이 높으면 대중성이 농후하다고들 하는데, 소 설을 쓸 때 가독성을 염두에 둔 전략이 있나요?

 

*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알겠어요. 대중성과 통속성은 달라요. 제 소설은 로맨스 소설과 TV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그런 장르적 관습을 비틀어서 전복하려고 합니다. 그 런데 한국 소설이 좀 가벼워지면 안 되나요? 소설은 원래 잡스러운 장르인데, 평론가 들이 소설을 너무 고급스러운 장르로 만드는 거 아니에요? 평론가들이 전부범생들 이라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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