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글동네/리뷰 2008 2010. 4. 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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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아스피린-

 

우리나라가 어려웠던 시절을 상기시키는 작품은 많다. 2차 세계대전을 다루거나, 9. 11 테러사건을 다루는 작품들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이유는 다름아닌, 공감이다. 전쟁과 테러 뿐만아니라 화제가 되었던 일들은 많은 사람들의 옛 기억을 더듬게 만든다. 우리나라가 어려웠던 1960~70년대 배경의 작품들은 그 시대의 특징들을 작품 속에 녹여내면서 많은 이들의 향수를 일깨운다. 조금씩 나아지던 ‘70년 대의 가요와 팝송, 패션들이 그 시대의 청춘을 보냈던 이들에게는 그리운 기억을, 그 시대를 살지 않았던 이들에게는 새로움을 보여주며 화제가 되곤 한다. 그래서 그 시절을 겪지 않은 이들까지도 그 시대 사람들의 어려움을 알 수 있다. 시대상으로만 쉽게 대중의 공감을 자아내는 것이다.

<봉순이 언니>는 이런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시대상을 갖고 있다. 식모와 주인집, 골목에서의 놀이, 셋방살이와 보따리, 고기 반 근, 한 지붕 아래에 많은 아이들, 레이스 달린 공주옷의 위상. 소재들은 시대를 분명하게 가르킨다. 이런 소재들이 분명할수록 사람들은 그 시대를 쉽게 떠올리고 상상할 수 있다. 집 들이나 사건들을 설명하는 문장들은 매우 상세해서 당시를 그대로 재연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와 같은 상세한 묘사들도 배경을 익숙하게, 독자 각자의 과거를 잘 떠올리는 몫을 하고 있다. 시 대를 따라 흐르고 있는 정서가 익숙하다. 그렇게 사람들은 편안하게, 부담없이 봉순이 언니의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게 되었다. 전체 구조는 회상하는 형식이고, 전반적으 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가 흘러간다. 이 구조에 따라 독자도 화자와 함께 과거의 기억으로 돌아가는 기분을 맛본다. 여기서 일어나는 사건 또한 익숙하다. 원치 않는 임신과 그에 따른 주위 사람들의 반응과 말투도 다른 작품에서 많이 들었던 방식이다. <봉순이 언니>는 같은 시대상을 다룬 다른 작품들처럼 동일한 정서로 공감대를 다졌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가 자아낸 공감대는 <봉순이 언니>와 많이 다르다. 특별한 계층을 다루고 있는 것도 아니며, 특별한 시대를 겨냥하지도 않았다. 이 작품이 대중적인 인기를 끌게 된 배경에 역시 영화를 빼놓기 힘들다. 영 화 특성상, 많은 마케팅 활동이 가미된다. 이나영, 강동원이 라는 유명한 배우들의 매력은 논외로 하더라도, 영화의 홍보용 영상을 편집해서 만든 뮤직비디오나, 홍보하는 포털 사이트와 영화 웹페이지, 블로그와 거리 홍보물 등 엄청난 컨텐츠가 사람들 뇌리 속에 파고들려 애를 쓴다. 제목이 원작과 같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책도 홍보되었다. 영 화와 관련하여 많은 의도가 소설을 향해 생겨난다. 이 작품이 대중성을 띄게 되는 건, 그 내용과 내용에 대한 이해보다도 그 제목 자체에 대한 많은 이들의 인식이다.

그렇다면 공지영의 작품에는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공통적인 특징이 없는 걸까. 공지영의 작품은 그다지 난해하지 않다. 작품 을 대할 때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구조가 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보다 복잡한 전개방식을 가질 수도 있는 주제였지만, 공지영은 그렇지 않았다. 사회 적인 문제를 작품 안으로 갖고 들어오지도 않는다. 흐름을 일부러 밋밋하게 만들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고, 부담없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특정 계층을 위하지도 않고, 특정한 이들이나 제도를 배격하지도 않고 있다. 머리 아픈 현대인들을 위한 도피처 역할을 한다고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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