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명

글동네/리뷰 2008 2010. 4. 11. 19:59
http://www.cyworld.com/xjust33/197591

2007. 11. 11

역사소설의 색과 이정명의 추리소설 덧칠 

역사적인 기록들을 참고하여 허구의 세계로 발전시킨 점이 아마도다빈치 코드라 는 광고문구를 불러온 듯하다. 이 소설은 많은 역사적 유산을 남긴, 그 중에서도 한글을 창제한 세종 시대의 이야기다. 작가는 세종의 업적을 찬란하게 기록하기 보다, 그 이면의 어려움에 주목했다. 그리고 그것을 있을 법한 이야기, 소설로 끌어올렸으며, 이에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지식과 역사의 음지를 독자들은 엿볼 수 있게 되었다. TV의 사극에서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들의 찬란한 업적을 이루는 험난한 과정을 주로 그렸다. 그러나 근래에는 다양한 시각을 수용하고 있다. 과거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조선왕조 오백년>, <용의 눈물>에서 <허준>, <상 도>를 거쳐,  많은 페인을 낳았던 <다 모> <여인천하>, <대장금> 등은 그 제목에서 흐름을 읽을 수 있다. 과거에는 주로 임금과 그 주변 인물, 역 사의 정면에 기록이 남겨진 이들을 이야기했다. 여기서 약간 주인공의 위치가 내려와 <한 명회>   다루어지지 않았던 인물을 다루고, 정사에는 기록되지 않는 상인들의 이야기를 하고, 이제는 역사에서 전혀 조명받지 않았던 이들을 출연시키고 있다. 이정명의 소설 <뿌리 깊은 나무> 또 한 한글을 창제한 집현전 학자들의 역경과 극복을 직접적으로 그린 것이 아니다. 그 이면에 연쇄 살인사건을 집어넣어 그들의 암투와 고민을 다른 인물을 통해, 다른 시각으로, 추리라는 다른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추리소설은 치밀해야 한다. 작가는 범인을 숨겨두고, 독자에게 조금씩, 아주 조금씩 드러내야 한다.  독자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주인공과 함께 조금씩 사건의 진실에 접근해 간다. 이 것이 추리소설의 대표적인 재미다. 작가는 <뿌리 깊은 나무>에 서 탄탄하게 사건을 전개한다.. 주인공 채윤은 부족한 부분을 가리온 등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이끌어 간다. 작가가 던지는 현장에서 발견되는 단서들은 조금씩 그 베일을 벗으면서도, 발전한다. 특히 마방진이 관건이다. 마방진은 산학 등의 이야기와 함께 숫자로만 여겨지게끔 독자의 관심을 돌린다. 이것은 사건이 일어남에 따라 함께 형태를 변형해감으로써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연 쇄 사건으로 발전하면서 이와 같은 마방진, 문신 등의 요소는 중요하게 작용한다. 사 건의 중심 단서인 한글과의 관련성을 2권 중반에서 드러내는 점,  비 밀을 독자에게 알려주는 시점이 소설의 전개가 고조되었을 때에 잘 맞추어져 있다.  작 가는 충실하게 추리소설의 골격을 따르면서 독자가 잘 따라올 수 있도록 끊임없이 새로운 사실을 던지거나, 이 전의 단서를 발전시켰다.

여기에 곁들여지는 재미는 지식이다. 역사소설의 중요한 대중성 확보의 척도는과거 시대를 얼마나 현실감있게 구성했는가이다. 작가는 집현전의 정세 구도를 통해 실용학파의 득세를 간접적으로 설명하는 등, 많은 시대 정보를 노출하고 있다. 수용하는 책들과 버리는 책들, 학문과 신분의 차별 등을 통해 시대 사상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산학, 천 문학 등 그 시대에 일어나기 시작한 학문의 시발점을 잘 드러내고 있다.

역사소설이 대중성을 확보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시각이 다. 역사관과는 조금 다르다. 역사관은 같은정사를 놓고 다른 해석을 말하지만, 소설의시각은 좀 더 폭이 넓다. 앞서 드라마에서 그 예에서 보듯, 그 시각은 높은 임금에서 중인을 거쳐, 정사에서 외면받았던여성으로 점점 내려왔다. 이 는 역사의 시각이 아니다. 역사는 다분히 남성 중심이었고, 군왕 중심이었다. 그러나 역사소설은 그들만을 얘기하고 있지 않으며, ‘정사(正史)’만 을 다루지 않는다. 이는 다분히 역사의 시각이 아닌, 현대인이 보고 싶어하는 현대 시각의 반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