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cyworld.com/xjust33/197588

대중을 유혹하는 내부 장치의 종합세트

 

수 많은 장르에는 각 장르마다 독특한 재미가 있다. 그 중에서 김탁환의 <방각본 살인사건>은 추리소설을 표방한다. 그러나 김탁환은 이 소설에 추리 소설의 장치와 재미만을 동원하지 않았다.

소설의 큰 흐름은 추리소설의 구조를 따라간다. 주인공과 그를 돕는 인물들이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이다. 사건은 이미 해결된 것이라 보여지는 시점에서 출발한다. 주인공이 사건의 진실과 그 배후에 다가갈수록 경고의 위험은 커지고,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들은 높은 직위다. 김탁환은 사건의 감춰진 면모를 드러내는 과정을 억지스럽지 않게 이끌어간다. 결말까지 끌어가기 위해 많은 기교를 넣었다. 먼 저, 배후의 배후의 배후를 만들었다. 살인범을 체포하는 것만으로 사건은 마무리 되지 않는다. 그 배후를 밝히고, 또 그 배후를 밝힌다. 그리고 그 배후는 짐작할 뿐 밝히지 못하면서 여운을 남긴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인물들의 발언을 극단적으로 안타까운 순간에 끊는다. 끝내 밝혀지려고 하는 시점에서 인물의 입을 막아 버린다. 그 렇게 큰 사건 안에서 작은 사건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독자는 작가가 새롭게 꺼내는 단서를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게 된다.

다만 이런 사건의 재미만을 그가 구사했다면, 이 소설이 많은 대중을 소설로 끌어들이지는 못했을 것이다. 김탁환은 이 뼈대에 다양한 재미를 녹여넣는다. 먼저 인물들의 관계에서 그 힘을 찾을 수 있다. 주인공은 왕실의 종친이며, 무 예가 출중하다. 심지어 그는 시에도 조예가 깊으며, 서얼에 대한 차별이 없는 현대적인 사상을 지니고 있다. 또한 물질에 기대지 않고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강직한 인물이기도 하다. 게다가 약관의 나이다. 쉽게 말해 영웅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작가는 이 영웅을 돕는 이로, 더욱 신비로운 김진이란 인물을 추가한다. 김진은 꽃과 소설을 사랑하는 중성적인 면과 천재적인 두뇌에 날렵한 무예를 갖추고 있다. 서얼이란 그의 비극적인 신분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이런 매력적인 인물들에 작가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을 조역으로 등장시킨다. 서얼로 차별 받던 박지원과 박제가, 김홍도 등은 대중에게 익숙하기에 더욱 소설에 흥미를 더한다.

역사소설의 재미 또한 이 소설에서 찾을 수 있다. 한 소설가의 살인 사건에서 시작했던 소설은 뒤로 갈수록 그 배후가 커지면서, 주인공의 배후 또한 커진다. 그 규모는 나라를 뒤흔드는 권력을 지닌 자들의 세계로까지 번진다. 게다가 당시의 서얼의 실력으로 신분차별을 극복하려는 시대적 배경이 극의 분위기를 더욱 조밀하게 만든다. 특히 시대의 실력파들이 꺼내놓은 말들은 그들의 사상을 생생하게 듣는 느낌으로 독자에게 다가간다. 소설에 집중한 이들 뿐만 아니라, 앎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사람들까지도 포용하려 한다.

연애소설의 애틋함 또한 소설에 담겨있다. 주인공이 죽인 형제의 동생, 즉 원수의 동생이라는 태고적부터 내려오는 연애 구도를 그리고 있다. 조금 뜬금없어도 끊임없이 주인공은 그녀를 그리며 안타까워한다. 이 점도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에 반영되면서 그들의 애정관계를 소설에 포용하고 있다. 독자는 그들의 사랑을 지켜보며 날카로운 사건의 긴박감을 잠시 잊는다.

 김탁환의 <방 각본 살인사건> <방각본>이란 영화로 제작 중이다. 이 소설은 소설 내부구조만으로도 많은 대중을 사로잡으려는 야심이 보인다. 김 탁환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수 많은 장치를 동원하고 있다. 장르 상으로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지만, 작가는 여기에 연애소설과 역사소설의 재미를 가미하고 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지식에 대한 욕구까지 채워주려 했다. 진정한 김탁환의 힘은 이들을 어색하지 않게 버무림에서 찾을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