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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마치고 일곱시 반에 시작하는 공연의 표를 끊었다. 일행이 도착하지 않아 농협 앞에 앉아서 기다렸다. 나처럼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은 많았다. 기다리는 이를 만나지 못한 사람도 있었을까. 기다리는 이가 없는 사람도 있었을까. 기다리는 이가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을까. 일행을 기다리는 동안 책을 읽었다. 일 기예보에서 비가 온다고 하더니 비는 오지 않았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책장을 간수하기가 힘들었다. 책의 읽지 않은 부분은 얼마 되지 않아 읽은 부분으로 바뀌었지만 일행은 오지 않았다. 늦는다 고 전화가 왔다.

어린이날을 기다리며 공연을 보았다. 어린이날에 이사를 하기로 되어있었다. 이사를 하기로 한 날은 내일이었으며, 내 일은 분명 해가 다시 떠오르면 올 것이 분명했다. 나는 공연을 보고 있었고, 동시에 이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공연을 보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공연을 보기 위해 일행을 기다렸으나, 나는 분명 이사할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둠이 하늘을 조금씩 정복해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도 아직 해가 하늘에 매달려 버티고 있는 동안, 공 연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일행과 함께 밥을 먹다가 시간이 늦을 듯했다. 식 사를 제대로 마치지 못했다. 남은 음식은 포장을 부탁하고 걸음을 빨리 했다. 발품이 아깝지 않게 공연은 즐거웠다. 배우들의 숙련된 연기에 웃음과 고민을 함께 할 수 있었다. 그 들이 기다리는 고도가 코뿔소가 되어 나타나면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무리 지어 달리는 코뿔소떼는 아니더라도 한 마리 정도는.

기다리는 일은 지루하다. 가만히 기다리는 행위는 무의미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곧잘 기다린다. 기다리는 시간은 하얀 공백 같았다. 디디는 그 공백을 채우고 싶어하고 공백을 기억하지만, 아무도 그처럼 공백을 기억하지 않는다. 기다리는 시간은 기다리는 대상이 오지 않으면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디디의 기다림은 끝나지 않는다. 공연이 우스갯소리를 접고 잠깐 심각한 표정이나 디디의 기다리는 표정이 눈앞에 오면, 난 꿈이 생각났다. 꿈을 이루는 것은 꿈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과 다른 것인데, 나도 디디처럼 그저 약속만을 믿고 기다리고 있기만 한 것은 아닌가. 고도를 찾아가지 않는 바보는 내가 아닌가. 기다리는 시간은 모두 없던 시간처럼 무의미해질 것인데.

공연을 보는 내내 더웠다. 일행은 뭐가 덥냐며 나를 질책했지만 정말 더웠다. 더워서 짜증이 날 정도는 아니었지만 더웠다. 공연장에서 나왔을 때 상쾌한 기분이었다. 나는 공연을 끝나기를 기다린 것일까, 아니면 시원한 공기를 기다린 것일까. 공연은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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