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리에리 내부의 갈등
-살리에리의 자기 세계 구축과 위험 요소에 대한 반응-
많은 사람들은 살리에리를 보통 사람의 관점으로 보고, 모차르트를 천재로 인식한다. 물론 모차르트는 살리에리가 보기에 천재이다. 살리에리는 어렸을 때부터 절실히 원하였고, 간절히 기도했으며, 부단히 노력하여 궁정에 들어갔다. 그러나 모차르트는 그가 쌓은 모든 것을 그가 생각하기에 별다른 노력 없이 쟁취한다. 자신의 자리를 모차르트가 위협할 수 있음을 남보다 일찍 알게 된다. 모차르트의 천재성으로써 살리에리가 이룩한 명성과 지위를 한순간에 박탈할 능력이 있음을 살리에리는 안다. 살리에리의 방해, 그의 이러한 면이 감정에 따르는 인간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가 가진 지위, 권력과 능력은 보통 사람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기득권이 어떻게 자신의 밥그릇을 지켜왔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강하다. 모차르트가 지닌 천재성, 살리에리의 공든 탑은 분명한 대조의 구도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감정 흐름 이전에 살리에리의 행동에 대한 당위성을 따져보아야 한다.
살리에리는 모차르트를 단순히 질시하여 방해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살리에리는 현재의 지위와 명성과 실력의 향상을 위해 갖기 위해 꾸준히, 그리고 여러 방면으로 노력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능력은 그 스스로 많은 노력을 기울인 작곡 실력이다. 이는 그의 정체성, 그 자체를 의미한다. 이런 그의 부단한 노력과 그에 따른 성취를 지켜봤을 때, 그는 결코 凡人이 아니다. 그는 훌륭한 재능을 지닌 사람이며, 적 어도 자신이 노력한 분야에 있어서 선구자이다. 그는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 크게 공감되는 음악을 하고, 그 시대를 이끌고 있다. 그렇게 성공한 살리에리는 자신의 높은 탑을 갖게 되었다. 이는 기존 사회를 상징한다. 유익한 여러 가지의 발견을 하고, 현재의 부를 축적해 올린 기성세대를 반영한다. 이들은 그동안의 노력으로 현재의 부를 쌓았고, 사 회를 관장하는 권력이 되었다.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자리에 앉은 만큼, 더욱 소중하게 느낀다. 이 점부터 모차르트에게 살리에리는 공격당한다. 모차르트는 자신의 삶의 전반을 지탱하고 있는 능력을 위협한다.
손빈이나 한비자처럼 모차르트 또한 살리에리에게 호감을 갖는다. 같은 일을 하고, 같은 분야의 발전을 추구하기에 모차르트는 그를 동료로 의식한다. 새로운 인물들의 욕구는 언제나 이처럼 순수하고 솔직하다. 아무런 꾸밈이 없다. 기득권은 그들을 이용하고 절대 자신의 위치를 위협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왜냐하면 자신의 위치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살리에리는 자신의 부단한 노력으로 성취한 만큼, 그 위치에 대한 집착 또한 강하다.
이러한 그의 면과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인정하는 그의 면이 대립한다. 세상 사람들은 ‘피가로의 결혼’의 진가를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살리에리는 홀로 알아준다. 그에게 는 천재를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그만큼 커다란 위협을 먼저 인지했고, 동 시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기득권층으로서 그의 입장과, 순수한 음악가로서의 그의 입장이 대립한다. 기득권으로서 보는 모차르트는 천재건, 아니건 상관이 없다. 그를 위협하는 위험 요소일 뿐이다. 모차르트의 방탕함이나 기타 그의 단점들은 모두 그 위험 요소로서의 모차르트다. 그러나 음악가로서 본 모차르트는 그의 우상, 신 이다. 모차르트의 존재가 시대의 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이 두 가지의 갈등은 살리에리와 모차르트의 갈등이 아니다. 살리에리 내부의 갈등이다. 살 리에리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을뿐더러, 보통 사람으로서 고민한 것이 아니다. (2006. 4. 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