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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클레스의 목적

-오이디푸스의 운명을 가혹하게 한 이유-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다. 프로이드가 정신분석학의 첫 장을 여는 책, 꿈의 해석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통해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아들은 어미가 첫 이성(異 性)이기 때문에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느끼는 현상이다. 프로이드는 모든 남자들은 무의식에 이러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는 방향으로 언급했지만, 최근에는 상반된 의견도 많이 나오고 있다. 작가는 운명의 가혹함을 보여주기 위해 사회에서 용인될 수 없는 일을 주인공의 운명으로 설정하였다. 이 작품을 통해 이 시대에도 어미와 아들의 성적 관계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짐을 알 수 있다. 독자들은 평소에 생각지도 못했던, 경험하지 못한 장면일 것이다.

소포클레스가 이런 충격적인 내용을 작품에 넣은 의도가 무엇일까. 독자들은 아마도 이 오이디푸스가 그토록 피하려 했던 운명을 벗어나지 못하는 내용을 통해 신에 대한 외경을 품을 것이다. 물론 다른 목적도 있을 것이다. 그 러나 일단 여러 가지의 목적을 반영하기 전에, 소포클레스의 목적을 독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 인물들을 활용했다. 인물들의 운명이 기구한 만큼, 운명의 족쇄는 더욱더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그래서 작가는 사회에서 통용되지 않는, 주인공도 납득할 수 없는 행위를 주인공이 행하게 한다. 오이디푸스가 이오카스테를 사랑하는 것, 그 리고 성적 대상으로 삼는 것은 통념에 위배된다. 그러나 그만큼 대중의 이목을 끌 수 있지 않았을까. 우매한 대중까지도 신의 권위를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매우 파격적인 내용으로 이목을 끌어야 했을 것이다. 이 러한 금지된 행동으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내용은 현대까지도 꾸준히 사용된다.

일본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가을동화>도 남매간의 금지된 사랑이 나온다. 산부인과에서 아이가 바뀌어 근친상간의 화살을 피하고 있으나, 꾸준히 남매로 자랐다는 사실이 두 사람의 사랑에 갈등 구조로 작용한다. TV드라마라는 한계로 오이디푸스만큼 파국으로 치닫는 내용은 되지 않지만 남매라는 요소가 갈등으로 인물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드라마 <피아노>에 서도 이와 비슷한 구조가 나온다. 각자 아이를 데리고 만난 두 남녀는 결혼을 한다. 이 아이들은 이렇게 남매가 되지만 역시 피가 섞이지 않았다. 그러나 <가을동화>보 다 더욱 강도 높은 갈등요소는 법률상으로까지 남매라는 사실이다. 이 남매의 사랑은 법률에도, 사 회 통념에도 받아들여지지 못한다. 드라마에서는 표현의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영화 <올드보이>에서는 오이디푸스와 비슷한 인물 배치를 보여준다. ‘수 아’와 ‘이우진’은 남매간의 사랑이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음을 슬퍼한다. 그리고 그 복수의 대상인 ‘오대수’는 자신의 딸과 성적 관계를 하게 된다. ‘미도’가 딸임을 깨닫는 장면의 ‘오대수’의 심리는 오이디푸스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위 드라마나 영화에서 드러나는 인물의 심리와 오이디푸스의 심리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소포클레스가 희곡에 드러낸 오이디푸스의 심리는 오직 운명에 대한 내용일 뿐, 사랑에 관해 자세히 언급하지 않는다.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충격적이기 때문일까. 어미와 육체적 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은 오이디푸스와 이오카스테에게 충격인 만큼, 독자들에게도 충격일 것이다. 소포클레스는 자신의 작품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한 장치로 이 인물의 운명을 이처럼 파격적으로 설정한 것은 아닐까. (2006.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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