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를 생의 첫날이나 마지막 날처럼 새롭게 치열하게 살고 싶다는 열망과 높은 목표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내일을 담보로 한 유예일 뿐, 남루하고 권태로운 일상의 되풀이임에 절망하며 방만하고 무위한 공상으로 날밤을 새우는 날들. 지식과 지혜를 구하는 마음에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하룻밤에 일생의 계획을 거창하게 세우지만 정작 하루의 계획은 실행하지 못하고 창조적인 삶, 불꽃처럼 뜨겁고 치열한 삶을 원하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젊음이 주체스러운 한편 준비 없이 맞을 미래에의 두려움, 중요한 시기에 시간을 낭비하고 소모하고 있다는 초조감에 쫓기는 시절. 그 나이를 이미 지난 사람들은 '희망과 가능성으로 푸르디푸른 아름다움'이라 의심 없이 말하지만 삶의 실체는 잡히지 않는 채로 점차 생활인, 사회인으로서의 책무, 존재 의미를 찾고자 하는 안팎의 요구에 시달리는 20대의 생과 사랑은 얼마나 외로운가.


- <내 마음의 무늬>, 오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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