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포스트는 책은 출판사로부터 받았으나 특정내용은 출판사와 하등의 관계가 없이
제 본인의 의도로만 작성되었음을 미리 밝힙니다. 즉, 평소의 포스트와 같습니다. /

우리 중 어떤 사람도 악마로 태어나지 않았고, 그 누구도 염치가 없진 않다.
누구나 그저 주변의 흐름에 몸을 맡겨버리고 싶은
연약한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 순간에 얼마나 휩쓸려 다녔던가.
그 순간은 또 얼마나 다시 우리를 흔들던가.
뿌리는 뽑히지 않을지라도
바람 앞에 흔들리지 않을 수도 없다.

모두에게 그런 약한 순간이 있다.
....
....라고 변명하고 싶다.

그러나 결국 그 결과로
모든 유머와 위트마저 어둠이 되는 순간이 온다.
 



[매력 포인트]

1. 진부한 외모에 옹골찬 뒷맛

책이 꾸밀 수 있는 외모는 한정되어 있다.
앞표지, 제목, 책날개, 뒷면의 추천문구, 랩(유혹의 기술에서는 적절했다)

'사랑이 떠나가면'이라는 다소 진부하고도 뻔한 제목도 그렇지만
뒷면의 추천사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뻔한 멘트다.
게다가 자서전 성격이라니.... 혼자만 즐거운 소설이 아닐까 의심이 간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그 의심은 더욱 확고해진다.
1인칭 시점,
남자가 주인공,
여자는 병에 걸린다.

아.
그런 소설인게냐.
...라는 생각이 금방 들지만 
포기하지 말라고 이 포스트를 작성하고 있다.

다 읽고 뒷면의 추천사를 읽으면 확실히 공감이 가는
무섭게 현실적인 소설이다.

(하지만 뒷면의 멘트 중, 출판사의 문구는 좀 오버스럽다. 추천사가 더 선명하게 이 소설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의 터닝포인트는 딱 중간지점에 있다.



2. 병의 선언

보통 소설이나 영화에서 선고를 받으면 이야기는 뻔해진다. 
선고를 받았지만 쾌활하려 애쓰는 A와
그 사람을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하는 B가 있다.
여기서 병은 절대적이면서도 체포할 수 없는 무죄의 가해자다.
때문에 A와 B는 병이라는 대마왕에 함께 맞서 싸우는 가련한 반지원정대....(음?)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다르다.

A는 피해자이면서 결국.... 아 이건 얘기하면 안되지.
B는 피해자이면서도 가해자 역을 수행한다. 하지만 본인도 그걸 알고 .... 아 얘기하면 안되지.
물론 병은 절대적이지만 여기서 가해자라기보다
환경변화의 일부, 
마치 집을 잃었다라든지, 개가 신발을 물고 갔다는 등의 사건 중 하나다. 
시간처럼 관찰자다.

이 미묘한 차이는 독자에게 새로운 관점을 선사한다.
사실은 그 관점이 이 세상을 사는 우리의 관점이겠지만



3. 철저히 집중하고 있다

자신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있기 때문일까.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에 철저하게 집중하고 있다.
주인공의 생활, 감정, 태도 등 
오로지 주인공을 통해서 얘기하고
주인공으로만 표현한다.

그 외의 인물들은 '나'라는 존재 아래에 종속되어 있다.

보통 1인칭 소설보다 몰입도가 강한 이유는
이렇게 철저하게 주변 인물들의 감정선을 쳐버렸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눈으로 상대방이나 주변 환경 등을 짐작하거나 읽지 않는다.
1인칭보다 강렬한, 이기적인 1인칭 시점이다.

때문에 주인공의 감정에 더욱 공감을 느끼게 된다.
딱히 적확하게 표현하지 않고 두리뭉실하게 표현하는 아쉬움이 남는데
이상하게 알겠다는 기분이 들어버린다. 젠장.
(그러니까 이건 단점?!)


4. 신파의 소재에 현실의 조명을 비추다

이 소설은 글쎄, 에세이에 가깝다. 자전적 소설이라지만 그냥 일기 아니냐라고
해주고 싶을만큼 허구나 짜임새는 낮다.
그러나 개인적이지는 않다. 지독하게 이기적인 1인칭이지만
이것이 소설로서 힘을 갖는 이유는 작가가 조명을 잘 비췄기 때문이다.

도망치고 싶다.
그러나 안된다.
책임이 있다.
내 탓은 아니다.

방황하는 인간, 인간은 완전하지 않다는 사실에 제대로 조명과 마이크를 들이댔다.
이 소설은 흔들리는 인간 내면의 기록이다.


5. 가난한 당신을 위한 추천사
-초반부로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지만 더한 금물은 덜컥 사버리는 것?


*달빛자취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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