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22.


좋아하는 것도 없이, 싫어하는 것을 하나씩 빼는 마이너스의 생활규칙 같아서, 분리수거는 영 내키지가 않는다. 결국 싫어하는 것의 이름만 외우게 하도록 종용하는 것만 같아 알아보려 하지 않는다.

플라스틱을 아무리 많이 닦아도 분리수거는 이해하기 어렵다. 뜯지 않은 물티슈로 탑을 쌓고, 너덜거리는 비닐봉지 안에 멀쩡한 비닐봉지를 넣는다. 주소가 또렷하게 적힌 영수증은 어떻게 버려야할까. 발바닥 없는 신발을 어떻게 버릴지 몰라, 발이 닿지 않는 곳에 올려둔다. 여전히 분리수거는 너무 어렵다. 구멍이 작아서 아직은 신을만한 양말은 어떻게 버려야하는지, 이십년 전 친구집에서 빌려온 코트는 어떻게 버려야하는지, 중학교 입학 축하선물로 받았던 패딩은 어떻게 버려야하는지 몰라서 아직도 함께 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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