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24



아이가 용돈을 세듯, 노인은 지난날을 센다. 청년이 내일을 대출한만큼, 노인은 어제를 인출한다. 막연히 수학자가 되고 싶었던 노인은,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의지라는 긴 수식을 설명하고 싶었다. 그래서 먼지를 털어낸 지난날과 인출 기록으로 주름진 기억을 한 조각씩 쌓아 올렸다. 조각은 제각각 부서지고 마모되어 맞물리지 않았다. 그래도 노인은 여전히 조각탑 쌓기를 관철했다. 노인은 가고, 탑은 남았다. 오래된 유적처럼 여기저기 구멍 뚫린 탑. 그것은 올곧은 증명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지난한 변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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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삶에 있어 의지를 관철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올곧은 증명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지난한 변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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