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17

묵은 나무의 꼭대기에서 천천히 낙하하는 잎.
너는 봄, 나는 겨울에서 기다린다.
밤낮이 점멸하느라 해 바뀌는 줄 모를 때,
꽃잎처럼 표정 한 잎 떨어진다.
창가에 놓은 술병은 틈틈이 햇볕을 들이킨다.
술병은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을만큼 무거운데,
이상하게 연약하여 상처받고 흔들리고 후회한다.
비워지지 않는 쓰레기통은
계절의 부스러기 같은 발자국을 주워담고 있다.
떨어진 꽃잎같은 옛 표정을 바라보며,
나는 겨울, 너는 봄에서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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