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1

가진 것을 오른손으로, 갖지못한 것을 왼손으로 세어본다. 세게 쥔 두 주먹으로 아픈 세수를 하고, 벌개진 얼굴로 호탕하게 웃어본다. 밀가루가 뿌옇게 뿌려진 길을 걸으면 발자국 절뚝거리게 남아, 지나온 길을 흔들어댄다. 시린 손을 호주머니에 넣으면 젖은 지갑에서 어제가 새어나가고, 색을 알 수 없는 멍이 팔뚝을 타고 번진다. 매일 다른 부위마다 시간에 물린 자국이 늘어가, 스치는 바람마다 걸려 넘어지며 쿵 소리를 낸다. 매번 놀란다. 큰 소리가 아닌데도 무언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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