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8

길을 잃은 아이처럼 산책하다. 집을 잃은 사람처럼 머물지 못한다. 떨어진 낙엽 수를 세어도 피어날 꽃잎 수를 알 수 없고, 구멍난 양말 수를 세어도 넘어온 문턱 수를 알 수 없다. 소중한 것을 세어보려니 손가락은 너무 적고, 잃은 것을 세어보자니 빵가루처럼 부서져 달아난다. 왜 하나를 잃고, 다른 하나마저 잃을까하는 걱정으로 남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걸까. 해는 자꾸 떠오르는데 나는 자꾸 잠드려고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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