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15

해가 지고 소리가 돋는다. 수도꼭지에서 한 방울씩 물이 샌다. 그림자가 문턱을 스친다. 냉장고가 가슴을 두드린다. 졸음에 이불이 부서진다. 멀리가지 못한 화장과 돌아오지 못한 연락이 주저앉는다. 기르던 빨래와 고르는 날씨가 우습게 만나고, 지친 양말과 긁힌 모자가 거세게 뒹군다. 투닥거리는 기억과 오해 사이로 한숨이 새어나온다. 눈을 감고 타들어가는 저녁 식사를 한다. 숟가락을 쥘수록 배가 고프고, 나이를 먹을수록 눈물이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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