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19

무인도에 멈춘 시각과 바람이 부는 시각 사이에 끼었어. 나는 그대로인데 구두는 닳고 소매는 낡았네. 기우고 고치고 아끼면 된다고 했던 모든 것을 부수고, 철 지난 잔해로 만들어진 해변에서 지나가는 파도의 수를 세었어. 무인도는 멀고, 바람은 밀고, 사람들은 넘어지고 숨고 배를 타고 나가고 모였다가 결국 흩어지고, 발자국마저 노을에 문질러 없어지고. 나는 그대로인데 서랍에 넣어두었던 농담은 닳고 진담은 낡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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