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11

아침마다 너에게 쓸 편지를 찢는다.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아서 가벼운 편지를 찢는다. 찢을 때마다 요란하게 소리가 난다.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데 요란하다. 떨어진 종이를 주워 구긴다. 되도록 작게 뭉쳤는데, 갈수록 무겁다. 쓰레기통은 이미 꽉 찼다. 종이는 재활용이 된다고 들었다. 밖으로 끌고 나가, 재활용 쓰레기장으로 간다. 문 앞을 지키던 아저씨는 나를 막는다. 종이는 재활용이 되지만 편지는 재활용이 안된다고 말한다. 찢을 수는 있어도 버릴 수는 없는 편지를 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보이지 않게 이불 아래 처박는다. 아침마다 책상 앞에 앉아 펜을 잡는다. 보내지도, 버리지도 못할 편지를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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