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29

사랑하는 옷은 너무도 빨리 닳아, 아낀 만큼 지워져. 시간과 어울리지 못한 그 옷은 완전히 외면받아, 열리지 않는 상자의 구석에서 모서리를 만들며 살아가. 보이지 않았기에 어색한 그 옷은 여전히 튼튼한데, 상자에서 나갈 길은 점점 막혀가. 사진에서나 가끔 나타나던 그 옷은 온전히 남아있어도, 할 줄 아는 건 오로지 기다리는 일뿐, 소매조차 내밀지 못하네. 사랑하는 옷은 입지 않는데도 닳아가,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잠이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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