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관에 기르던 비누가 사라졌다. 내 피부에서 먼지를 긁어낼 때마다, 비누는 꼬리를 흔들며 수족관 유리에 바짝 붙어있곤 했다. 연말이라 자주 들여다보진 못했어도, 오늘 저녁 먹으러 나갈 때까지만해도 확실히 있었다. 어줍잖게 푸석한 빵가루 따위를 뿌리고 가서 그런걸까. 집에 돌아왔을 때 수족관은 텅 비어있었다.

비누가 수족관 밖으로 나온 걸 본 적은 없지만, 멋대로 나왔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주변을 찾아보았다. 이불 아래나 책상 밑, 싱크대 주변, 거울 아래, 창틀 사이, 세탁기 안, 서랍장 밑 그림자. 평소에 찾아보지도 않던 곳을 훑어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동전이나 책갈피, 다 쓰지 않은 펜, 먼지 낀 빗 같은 잊고 있던 물건이 잔뜩 나왔다. 이왕 찾았는데 그냥 넣어둘 수 없어 먼지를 닦았다. 눈과 코에 뭔가 자꾸 들어가 시큰했다.

찾을수록 어딘가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예전 앨범이나 노트 사이, 컴퓨터 폴더도 뒤져보았다. 찾지 못했다. 형광등을 끄고 같은 곳을 찾아보기도 했고,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찾아보기도 했다. 찾지 못했다. 찾을수록 멀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찾는 걸 멈췄다. 그 때쯤엔 이미 해가 졌고, 나는 엉망이 됐다. 비누를 잃어버렸을때가 오히려 멀쩡했고, 찾으면서 망가진 것만 같아 후회스러웠다.

어느 누구에게도 비누에 대해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누가 사라졌다는 말도 할 수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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