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집에 없었다. 닫힌 창문에 아침해가 반사되어 눈이 부셨다. 돌을 던지고 싶었지만 돌이 없었다. 도시에는 돌이 없다. 돌을 발로 차는 사람도 없고, 잠깐 앉아있을 화분도 없다.

아무리 걸어도 흙이 보이지 않았다. 목이 말라 카페에 들어갔다. 물을 주문했지만 직원은 물은 무료라고 했다. 그래서 감사하다고 했지만 직원은 주문을 그만 받으려하지 않았고 난 마시지도 않을 얼그레이를 주문했다. 마른 잎을 비틀어 짜낸 물을 누가 마시겠는가.

직원이 내준 차를 개수대에 자유롭게 풀어준 후, 물을 따라 마셨다. 지나치게 차갑지만 도시에서는 어쩔 수 없다. 볕이 잘 드는 창가를 골라 앉았다.

여기서 기다리면 그를 볼 수 있을까, 마주칠 수 있을까. 이곳은 그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꼭 지나야 하는 길목이다. 시야가 크게 트여있어 놓칠 리가 없다. 다만 마주치기 위해서는 그의 앞을 막아서야할 것이다.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질문을 던져야할텐데.

집이 어디세요. 뻔히 아는 것부터 물어야할까. 혹시 꽃을 좋아하세요. 궁금한 걸 물어볼까. 지금 어디로 가는 길이세요. 아무래도 좋은 걸 물어볼까.

볕을 받으며 질문이 연이어 떠올랐고, 대답마저 상상했다. 나는 천천히 누그러지며 머릿속의 질답에 푹 빠져들었다. 창문에 돌을 던지지 않길 잘했지. 다 마신 컵에 앉아있는 동안 누군가, 어디서 구했는지 흙을 채워주었다. 도시는 아는 이보다 모르는 이가 더 잘해주는 경우가 많다. 나는 흙을 덮고 서서히 봄에 빠져들었다.

@won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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