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겉 

- 일인용 책
- 신해욱
- 산문집
- 출판사 봄날의책
- 365p

- 두께에 비해 아주 가벼워 들고 다니기에도 좋다.

- 가끔 사진이 보여 심심치 않다. 사진은 글과 어울린다.
- 표지 사진이 저게 뭐냐고 할 수 있는데,(사진이었냐!) 글을 읽으면 알게 된다.



2. 속
- 시인이 한국일보에 연재했던 글을 묶어 출판했다.
- 신문연재작이라고 모두 사설처럼 세상을 개탄하는 글만 있는 건 아니다. 

- 일상을 뒤적거리다가 화분 밑에서 우연히 글감을 발견하고 좋아하는 작가의 모습이 그려질 정도로, 생활과 밀접한 글이다.
- 일기를 쓰기 시작한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다. 하루의 짧은 스침이 이렇게 고운 글감이 될 수 있다고 알려주고 싶다.



3. 책갈피

이만큼이겠네. 우리 사이에는 머리칼 한 뼘 길이의 시간이 흐른 건가.
20p

고향 말은 징글징글하기도 한 거다. 푸근하기만 한 게 아니지. 미당의 시들이 좀 그래. 너무 입에 감겨. 징글징글해.
26p

누군가의 눈에는 사소하고 쓸데없는 고집으로 보였겠지만, 사소한 일이라 해서 납득할 수 없는 것을 그냥 넘어가면 큰일에 대해서도 유야무야 그렇게 되는 법. 그 고집의 흔적이 나의 지우개에 남아 있다는 것이 기꺼웠다.
-31p

조카는 접어 올렸던 소맷단을 원래대로 풀어놓으며 헤헤 웃는다. 그렇겠지. 팔다리도 길어지고 마음도 길어져 있겠지.
-37p

숙소를 나서기 전 지도를 보며 목적지를 일단 정하지만, 목적지에서 보내는 시간보다는 목적지를 찾지 못해 길을 잃소 헤매는 시간이 늘 더 많다. 그게 좋다.
-49p

정오를 원할 때 정오에 닿고 밤을 원할 때 밤에 닿을 수 있다면, 우리 역시 집에 가거나 공원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시간 속을 거니는 셈이니까.
-61p

문제는 흠이 아니라, 흠을 낱낱이 들추는 동안 나 자신이 흠에 사로잡힌 '머저리'가 된다는 거. 어디에나 흠이 있듯 어떤 흠도 희미한 빛을 품고 있다.
-137p

무심함 속에서 만들어져 무심함 속으로 가는 꽃. 그래도 꽃이랄 수밖에 없는 곷이, 저기 있다. 수선스럽게 혹은 흐뭇하게 둘러앉은 이들의 한 끼를 잠시 단장하기 위해.
-139p

어제도 어제, 지난겨울도 어제라. 지나간 일들이 생기를 잃지 않고 '어제'속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고 생각하니, 등이 따뜻한 것도 같고 가려운 것도 같았다.
-152p

햇빛은 이 색깔들을 전부 어디로 거둬들이는 것일까.
-157p

엄마의 마음이란 이런 건가. 아이들의 입장에 선 격려, 아이들의 손끝을 통해 찌르르 마음에 가닿을 수 있는 격려, L은 그런 말을 찾고 있었다.
-191p

지명을 그대로 번역하면 이렇다. '산의 정복자이자 대지의 포식자이자 땅과 바다의 탐험가인 큰 무릎의 타마테아께서 당신의 사랑을 위해 피리를 분 언덕 꼭대기'
-218p

그중 사이즈가 대충 맞아 집어들고 온 청바지에는 어김없이 이전 주인의 허리와 골반과 허벅지의 윤곽이 남아 있다.
-235p

@won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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