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23.

어느 전선에서는

아무도 죽지 않았다.


밥 짓는 아낙과 군화를 닦던 청년이

강가에서 만나 들릴 듯 말 듯한 

담소를 나누는


어디선가 포탄이 터져도

이야기 속 먼 말발굽 소리처럼

아늑한 산골






2016. 3. 3.

쿠폰에 도장을 찍어, 여기 있다

증명하고 나서야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어리숙한 발음으로는 점원을 부를 수 없으니

얼음 갈리는 소리를 피해, 내가 여기 있다

크게 주문하기 바란다


나온 컵에 가득 담긴 영수증은

단물이 빠질 때까지만 씹다 삼켜라






2016. 3. 15

밝은 빛 아래에서만 밥을 먹은 자는

새벽과 황혼을 구별하지 못한다


문턱 앞에서 밥을 먹은 이는

새벽볕에서 기대를,

황혼녘에서 위로를 발견한다


오늘은 편식을 조심해야 한다

억지로 삼키던 반찬을

피할 수 있는 핑계가 생겼기 때문이다






@wonwook


p.s. 

아무래도 사진이 글을 방해한다.

차를 마시듯 머물러야 하는데

술을 마시듯 달려가 버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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