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육개월 간, 쓴 글 중 창작글은 겨우 세 줄이다. 

느긋한 글들이 일기장에 늘어져 있다.

엎고 뒤집어도 고작 연명하자는 말 밖에 없다.  

그것마저도 듬성듬성하다. 꼴보기도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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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4. 21.

노인이 물었다. 봄은

어느 쪽에 있습니까


지렁이가 흙을 찾아 도로를 누빌 때

나는 우산으로 비를 밀어내며 걷는데

무얼 찾으러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무덤처럼 웅크리고 자다가도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일어나

더 맛있는 돼지가 되기 위해 조깅을 하고

더 좋은 비둘기가 되기 위해 월급을 받았다


지나온 길마다 이유가

빵 부스러기처럼 너절하다



2015. 5. 11.

비가 걸은 자리를 따라 걷다 우산이 

머문 자리에 머물러

막 돋은 잎사귀에 하루를 건넨다 나무가 

꿈꾸는 내일은 그저 볕으로

그늘을 만들 수 있기를 바라



2015. 5. 13.

구석에 앉아 갠 이불이 서서히

무너지는 소리를 들어

아무 소리라도 듣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어 이파리 부딪히는 소리라도 주워

담아 베개에 넣어


@wonwook






2015. 6. 29.

다 헤집어야겠다.

살아온 날과 살아갈 날은 동등하지 않다.

내가 옳다고 믿는 방식과 그들이 맞다고 말하는 방식은 

일치할 수 없다.


다 헤집어 보자.

세상이 잘못되지 않았을지라도 

나는 반항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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