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 안녕하세요, 가스파르 씨.
가스파르> ...... 342, 343, 344 ......

Ww> 저기요, 가스파르 씨?
가스파르> 351,352...... 아, 예...

Ww> 뭘하고 계신거죠?
가스파르> 저기요... 아파트... 아파트 옆에 있는 네모들...

Ww> 네모... 창문을 세고 계신 건가요?
가스파르> 네. 죄송합니다. 2007년 11월 30일에 한국에 온 이후로...

Ww> 네! 바쁘신 듯하니까 서두르죠! 바로 질문 드리겠습니다. 가스파르 씨는 일기를 안 쓰시는 거죠?
가스파르> 네, 12살 때부터 39번에 걸쳐 시도했습니다. 처음엔 203일 동안 썼는데,

Ww> 그렇군요. 친하게 지냈던 막스 씨는 꾸준히 일기를 썼었는데, 그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가스파르> 역시 작가에게 있어 기록은 중요하죠. 사람들은 자기가 한 일들을 쉽게 망각하기 마련이니까요. 

Ww> 꽤 잘 알고 있으시군요? 갑자기 말씀도 차분해지신 것 같은데...
가스파르> 우리 아버지는 훌륭한 작가거든요, 책도 38..

Ww> 그..그렇죠! 물론 그러시겠죠. 하.... 아, 가스파르 씨는 기억력이 좋으시니까 일기와 같은 기록이 필요가 없으셔서 일기쓰기를 중단하신 건가요?
가스파르> 아뇨. 전 소설을 써요. 우리 아버지는 훌륭한 작가거든요. 근데.......

Ww> 네, 큰 일을 겪으신 다음에도 이렇게 나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 작품으로 또 뵙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뷰를 더 진행하다간 이거, 비밀이 없어지겠네요. 하하하.
가스파르> 그 웃음은 어색하군요. 좋지못한 대사에요. 

Ww> 아, 죄송합니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안녕~









 1. 작가

의문 1. 프랑스도 학교 교사는 자유시간이 많은가?
의문 2. 왜 이 작가는 다음 작품을 내지 않는가?
의문 3. 지하철에서 이 책을 보던 여자는 도대체 왜 운 건가?
의문 4. 역시 대화형 리뷰는 충분한 감정을 전달하지 못하는 걸까? (너무 짧아서인가?)
의문 5. 왜 난 작가와 무관한 질문마저 하고 있는걸까?


2. 겉보기

무난한 A5 (약간 작으려나?)
무난한 두께 (å만만할 정도는 아니고)

표지에 보이는 귀여운 그림이
책 사이사이에 심심찮게 등장한다. 
한 페이지를 차지하며 중요한 장면을 그리기도 하지만
전혀 눈에 띄지 않게 조그맣게 자리하고 있기도 하니 
신경쓰지 말자. (응?)

일단 표지는 귀엽지만 장면, 혹은 보는 이에 따라
약간 괴기스럽다.
특히 중요한 사건이 나오는 부분에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도 풍긴다.


3. 들춰보기

많은 이들이 그렇듯, 나도 재밌는 소설을 읽으면
내용을 말하고 싶어 참을 수 가 없다,

먼저 이 얘기를 써야만 한다.
지금까지 내가 만난 소설 중, 가장 독특한 동기를 가지고 있다.

지하철에 서서 가고 있는데 내 앞에 한 여자가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모두가 생각하겠지만 이 풍경은 절대 대단한 무엇이 아니다.
어딜가나 있을 수 있는 풍경이며, 난 언제나처럼 그 책의 제목을 궁금해하고 있었다.
대체로 그 기회는 찰나에 불과하다. 
서서 책을 보는 사람의 책 제목은 확인하기 쉽지만,
나는 서 있고, 상대방은 앉아있는 경우는 약간 힘들다.
그렇게 드물게 찾아오는 기회 중 하나는
상대가 책을 덮을 때다.

그리고 그 때,
그녀가 책을 덮었다. 그러나 뒷면으로 덮었다.
내가 익히 알고 있었던 책이라면 뒷면으로 충분했을 것이나
모르는 책이었다.
게다가 곧 그녀는 가방에 그 책을 넣을 태세였다!

우연히도 그녀 옆에 앉아있던 사람이 일어서자 냅다 앉았다.
그녀 옆에 앉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왜 그녀가 책을 넣으려던 동작을 멈추었는지.

그녀는 울고 있었다.

지하철에서 우는 여자를 발견하기는 쉽지않다.
(내가 그런 여자를 두어 명 알고 있기는 하지만.)
공공장소에서 주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할
혼자만의 감정이 폭발한 것이다.
둘 중 하나다. 감정이 그만큼 격하든가, 아니면 그만큼 의지가 약하든가.

그녀는 책을 읽다가 그랬다.
그래서 난 더욱 그 책이 궁금했다.
무슨 책이길래? 무슨 내용이길래?

그래서 그녀에게 휴지를 건냈다.
미안해요. 그 때 당신을 위해 휴지를 드린게 아니랍니다.
책 제목이 보고 싶었어요. 어떻게든.

이 글을 읽는 모든 분이
나와 같은 의문을 가지길 바란다.
그래서 이렇게 리뷰를 또 쓰는 거니까.


4. 매력 포인트

프랑스에서 입소문이 날 정도인 소설이다. 그 이유는 책 어딘가에 적혀있지만
모르는 상태에서 봐야 더욱 재밌다. 무지(無知). 그것이 이 책의 매력을 더 할 것이다.
되도록 모르는 상태로 읽기를.

5. 한 줄 추천 (가난한 당신을 위한)
'종이로 만든 사람들' 이래, 최고의 해외 작품! 
 
W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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