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22


보일러를 끄자 조용한 음악이 흐른다

실없이 타오르는 촛불이 흔들리는 도중에

날이 저물고 막이 오른다

삐걱거리는 창틀에 부러진 햇살이 조각조각 떨어진다

바람이 방충망에 걸려 넘어지자

행인은 낡은 벽지처럼 소리를 지른다

귀가를 서두르는 넥타이가 

어제를 기울여 술잔을 채운다





2014.11.12


아침 일찍, 소녀는 마당에 결심 한 개를 심었다. 그리고 집 밖으로 나갔다. 강가에 뛰어놀았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안녕을 외치며 손을 흔들었다. 바람결을 따라 누운 풀 위에 앉았다. 꽃잎의 수를 세었다. 숨죽여 기다리다가 덥석, 바람의 꼬리를 잡아보았다. 해가 질 무렵에 마당으로 돌아왔다. 흙 묻은 치마를 털어내고 손을 씻었다. 달은 밝고 밤은 아직 따뜻했다. 소녀는 잠이 들었다. 한밤중에 마당에서 싹이 튼 소리가 크게 났다. 소녀는 소리내어 웃는 꿈을 꾸고 있었다.






2014.10.16









2014.10.18





@won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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