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04 소중하다


두 손을 모아봐. 지금부터는 상상이야. 손에 구름이 한 조각 떠 있다고 생각해. 구름은 아주 작고 보슬보슬해. 두 손을 오므리면 간신히 안에 가둘 수 있는 정도의 크기야. 구름은 아주 약하고 바스러지기 쉬워. 조금만 빨리 걸어도 손가락 사이로 흩어져버릴 것 같아. 어떻게 가져갈 수 있을까. 가져가지 말고 여기서 나무가 될까, 산등성이가 될까. 그러면 함께 할 수 있을까. 사라지지 않을까.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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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구름은 시간이다. 평상에 앉아 눈으로 구름 결을 쓰다듬던 시간, 눈을 감고 바람을 들이키던 시간이다. 저 구름은 마음이기도 하다. 허파에 차오르는 해방감, 아득히 들리는 노래의 포근함이다. 이미 오므려서 잘 보이지 않더라도, 그곳에는 구름이 있다.





2014.07.18


오전 3시 48분. 하루의 레시피를 알려드립니다. 먼저 푹 익은 졸음 1개, 다진 발걸음 300g을 냄비에 넣고 물을 찰랑찰랑하게 부어주세요. 약한 햇볕으로 1시간 정도 졸여 줍니다. 취향에 따라 커피나 우유를 약간 부어주셔도 좋습니다. 졸이는 동안 오븐에 갓 잡은 약속 반 마리를 넣어 둡니다. 냉장고에 유통기한이 다 되어가는 습기 찬 구름이 있다면 으깨서 요리에 곁들이면 풍미가 살아납니다. 냄비 요리에 간은 갑작스런 하이파이브와 짧은 수다로 적당히 맞추어 주시구요, 오븐 요리에 곁들일 양념장을 만듭니다. 묵은 고민을 갈아 소주에 섞어주시면 맑게 떠오릅니다. 여기서 사용하시는 술 종류는 요리와 어울리는 걸로 바꿔주셔도 좋습니다. 오래 끓일 때는 실없는 웃음과 느닷없는 고함, 비밀, 망설임 등 갖은 양념을 간간이 넣어서 저어주세요. 걸쭉하게 녹았을 때, 막 구워 따끈한 약속에 둘러주시면 좋습니다. 그럼 맛있게 드세요.





2014.07.21





2014. 08. 30


시계를 감다가 툭, 소리가 났다. 바늘이 헛돌았다. 과거로도 미래로도 종잡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시계를 분해해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안에서 무언가 부서졌다는 짐작을 다짐처럼 갖고 있었다. 시계를 꼭 쥐고, 버리지도 못하고, 살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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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시계를 조심스럽게 작은 봉투에 넣고 입구를 접었다. 봉투가 구겨지는 건 신경쓰지 않았다. 잃어버리지 않도록 바지 주머니 깊숙이 찔러넣었다. 그 주머니에는 지퍼가 없었기에, 소년은 수선소에 가서 지퍼를 달아달라고 부탁했다. 수선소 주인은 소년에게 지퍼를 가져왔는지, 비용은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다. 소년은 봉투에서 시계를 꺼내 보여주었다. 주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울리는 지퍼를 알고 있지, 부서진 시계는 도망치기 쉬우니까 조심해야 한다.





2014.09.03


누군가 쪼개주는 빵을 먹다보면 비둘기가 되어버리고 만다.





2014.10.04


읽지 않을 일기장에 쓰인 

오지 않는 순간은

낮을 향해 떠날 별이 

유서를 쓸 시간이다.

별수 없이 그 자리에 돌아올 텐데

단 한 번도 돌아보지 않고 걷는다.

소년이 설핀 잠에 뒤척이는 동안

노인은 남은 꿈을 뒤적인다



 @won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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