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위한

레시피


1회


2014.06.22 일요일


300km 너머에서

아들과 어머니는 각자 살고 있다.

그 흔하던 밥 한 그릇 같이 먹기 힘들고,

서로 대충 먹을까 걱정이 되는게 빤하기에

나는 어머니께 한 가지 제안을 드렸다.


엄니가 먼저 식단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고

만드는 법을 설명해주면

나도 비슷하게 나름대로 만들어서 사진 찍고 보내겠다고.

그러면 서로 걱정도 덜고, 재미도 있지 않을까 했다.


엄니는 '대고 먹는다'하시며 거부하셨으나 

나는 '대고 먹지 말라고 이러는 것'이라며

'대고 찍어서 보내라고' 했다.


몇 일 후,

엄니께서

사진을 보내셨다.






먼저 재료를 정리하자면


고추장,

고추가루,

매실 엑기스,

참기름, (국수 비빌 때 차기름 넣으면 큰일난다.)

식초,

다진마늘,

과일(토마토, 사과)

집에 있는 과일 (또는 양파...응? 아니 그보다 집에 있는?)

집에 있는 상추, 묵은 김치, 오이, 양파 중 있는 거. (고명용. 혼자 먹는데 고명이라니...)

국수

얼음. 



위 재료 중

뭔가 격이 다른 수식어(집에 있는? 집에 있는?)는 대충 넘어가자.

어머니가 저렇게 보냈지만

그대로 한다는 건 창작하는 사람으로서 자존심 상하는 일,

냉장고에 계명구도 고사에 나오는 식객마냥 묵고 있는

가쓰오우동간장을 이용하기로 했다.

이 녀석은 전에 가쓰오우동 먹고 남은 녀석.


흔하디흔한 매실엑기스 대신 

전혀 먹지 않고 있는 홍초를 쓰기로 했다.






국수를 삶을

물을 끓이는 동안 고추와 마늘을 썬다.

왠 고추냐 하면,

집에 오이도 없고 고추가루도 없어서

오이고추를 샀다.


...






그리고 당연히 국수 대신 라면사리.







마늘을 다지기 귀찮으면 이렇게 얇게 자른다.






... 아무리 귀찮아도 다지긴 해야한다.





제법 큰 양파를 샀기에 절반만 잘라서

반은 다지고

반은 고명으로 써야지.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세상일이다.


삶은 라면사리 위에

양파와 오이-고추, 마늘을 올린다.




원래는 고추장, 고추가루로 매콤한 맛을 내야겠지만

간장으로 간을 하기로 했으니

비장의 카드를 사용한다.


고추기름!




그래도 고추장은 조금 넣어야 한다.


여기에 김 가루도 좀 뿌려주면 좋다.




간장을 두르면 끝.




먹느라 흔들렸다.


마지막엔 짜지 않은 국물이 

한 숟갈 정도 남아있더라.


그나저나 다 먹고 생각났는데


홍초 안 넣었다.




디저트.



@won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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