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글을 그리워하는 여러분을 위한 텍스트 라디오,

DJ 달자입니다.


오늘은 동대문운동장 대신에 들어선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방문했습니다.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 특유의 곡선이 살아있는 건축물이었습니다. 특히 한 건물 내에서 안과 밖을 들락거리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돌아다니는 재미가 많은 곳이었습니다만, 의외로 소박한 곳에서 사로잡혔습니다.


이름도 모르는 어느 구석입니다. 문을 제외한 모든 방향이 유리와 벽으로 막혀있는 방 같은 곳이었습니다. 등받이가 높은 의자들이 밖을 볼 수 없는 유리벽을 향해 늘어서 있었습니다. 연인이나 아이들이 몇 없는 의자에 서로 번갈아 앉곤 했습니다.


건물 내 다른 공간에 비해 사뭇 좁은 듯한 이 방의 한가운데에는 작은 피아노가 하나 놓여 있었습니다.


현란한 색과 유치한 낙서로 덮인 피아노.

익숙한 음계가 적힌 악보가 다소곳이 올려져 있었습니다.

한 아이가 악보를 보고 따라쳤습니다. 어머니가 옆에 서서 지켜보았습니다.

흡사 외국어를 처음 배우는 사람처럼 아이는 건반을 띄엄띄엄 눌렀습니다.

그렇게 아이가 한 곡을 치고 일어서자, 

창밖을 보고 있는 줄 알았던 여성이 피아노 앞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악보에 없는 곡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다지 넓지 않은 방이라 소리가 많이 울렸습니다.

갓 눌린 건반의 소리와

막 퍼지기 시작한 소리,

방을 맴도는 소리가 함께 들렸습니다.

이미 떠났을 시간과 

홀로 퍼졌어야 할 시간이 함께 들렸습니다.


저는 이곳을

오르골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 DJ 달자


p.s. 

들리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