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다보니,

겉멋 드는 기분이다.

성실함과 고민은 드러나지 않는다.

커다란 곡선이 아치를 세우는 힘이듯.



아직 꽃잎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꽃은 이미 지고 없고

뿌리와 줄기는 봄을 기다린다.

이미 보냈지만 가지못한 편지가

아스팔트 위에 떨어져 있다.

행인이 편지를 주워 어느 페이지 사이에 넣는다.

그렇게 편지는 시간을 넘는다.





인간에 대한 잘못된 상식 1.

인간의 70%는 상처다.


어느 빈 서랍의 모서리에

길거리에 버려진 책상에

냉기를 잃어버린 냉장고 문에

수없이 부딪혀 만들어진다.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이미 시계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었다.

노을은 여명보다 싼 값에 팔렸다.

고기는 잘 익기 전에 빨리 익어야 했고

문장은 두 번 읽히지 않았으며

사랑은 이해보다 날짜로 깊이를 측정했다.


과거의 결정이 평생을 지배한다는

시계의 말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약간 상한 과일은

먹을 수 있는 과일인가

멍든 과일을 대하는 

올바른 방법은 무엇인가.





어느 순간, 소녀는 낡은 십자가를 보고

자신이 병을 사랑하고 있다고 믿어버렸다.

그리고 이 세상에 건강은 

멸종된 지 오래되었다고 주장했다.






하늘 조각을 주운 소년은

날카로운 부분을 땅바닥에 문질렀다.

둥글게 닳은 하늘 조각으로

해를 가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느티나무 사다리를 올라, 구름계단을 지났다.

이미 캄캄해진 하늘에 소년은 못질을 하고

하늘 조각을 걸었다.

거센 못질에 하늘이 조금 부서졌다.


@wonwoo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