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라 중간에 쉬었습니다.

아직 제목을 붙이지 못했습니다.

이걸로도 짧은 이야기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뭔가 손가락으로 하다보니 

낱말이 부서지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그림에 집착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확실히 글이 많아지면

타이핑한 것보다 읽기 힘드네요.


덜컹거리는 그 창문은 지금

시를 쓰는 중이라네.

온몸으로 밤을 맞으며

버티는 중이라네.





시민들은 타인을 본 기억이 없다.

도시 생활을 너무 오래했기 때문이다.

누군가 불태웠던 책의 문장과

자식을 등에 업은 어미의 발자국을

우리는 기억하지 못한다.






신호등은 여러 종류가 있다.

서 있는 신호등, 누운 신호등, 

닦달하는 신호등, 신중한 신호등 등. 이 중,

가장 보기 쉬운 신호등은

망설이는 신호등이다.

건너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하루 종일 깜박이기만 한다. 사실

파란불은 언제나 행인의 몫이다.






안을 비추는 빛과

밖을 비추는 빛을

차별하는 녀석은

벽 뿐이더라.










어제 잃어버린 연필을

어제에 두고 왔듯

작년 바스라진 날들을

작년에 두고 올 수 있기를







감금했던 낱말을 풀어주자

시간은 이미 새벽이 되었네

철창 바닥에 쓰러진 의미를 구출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긴 밤이 필요한 걸까.






흔한

소중한 것.


시간, 공기, 밥, 친구, 사랑, 단추, 손잡이

그리고





다른 꽃이

다른 길에 피다.

다른 색, 다른 잎으로

다른 계절을 보내다.

떨어진 꽃잎이 서로 닮았다.






떨어진 꽃잎은

발자국 만큼이나 낯설다.

키가 자란 꽃은

해를 향해

떨어질 꽃잎을 활짝 펼친다.

그리고 바람이 분다.






바람에 몸을 실은 꽃잎은

한 장의 편지에 지나지 않는다.

목적지에 닿기 위해서만 몸부림친다.

반송 따윈 없다.

날고

가서

닿을 뿐이다.





날아온 꽃잎에는 소금이 잔뜩 묻어있었다.

꽃은 꽃잎에서

새로운 향기를 맡았다.


사랑은 언제나 오해에서 시작했다.






꽃은 온몸으로 편지를 쓴다.

꽃잎 한 장 골라

품에 꼭 안고 향을 배게 한다.

그리고 조금씩

잎 언저리를 비틀어 찢는다.

편지가 제대로 도착할 지

쓴 마음 그대로 읽힐 지

쓰는 이는 기대하지 않아야 한다.



@won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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