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14 

간절히 바라고 부단히 애를 쓰고 추위까지 견뎌내도, 얻고자 하는 것을 얻지 못할 때가 있다. 차가운 노력이 목덜미에 머물러 있다. 으슬으슬하다. 너무도 나약해져서 덜컥, 감기에게 문을 열어주고야 만다. 어떤 약도 듣질 않는다.


2013.12.16

한 번도 웃지 않은 것처럼 걷다, 전화를 받다, 어디쯤이니 묻다, 하수구에 떨어지는 시선이 아까워, 고개를 들다, 문득 구름을 삼키다, 잊고 있던 생선 가시를 목구멍에서 떠올리다, 따끔하다, 어디쯤인지 궁금하다, 다 큰 어른은 무엇이든 알고 있다, 웃지 못한다, 눈을 감아버린다, 꾹, 전화기를 쥐고.


2013.12.19

당신은 화단에 꽃을 심고 있다. 꽃이 아름답다, 말하지 않는다. 꽃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뒤에서 바라보고 있다. 꽃이 아름답다, 말하지 않는다. 꽃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누구나 꽃이 피기를 기다리고 있다. 꽃이 아름답다, 말하지 않는다. 꽃은 보고 있다. 당신의 어깨너머 나를 보고 있다. 꽃은 기다리고 있다. 아름답다, 말하지 않는다. 꽃은 말하지 않는다. 당신은 말 없는 꽃에게 아무 의미 없는 노래를 부르고, 나는 들리지 않을 노래를 따라부르고 있다. 


@won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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