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26


일어났다. 집을 나섰다. 파란불이었다. 출근했다. 퇴근했다. 두유와 계란, 아이스크림을 샀다. 건널목에 섰다. 빨간불 앞에서 파란불을 기다렸다. 어떤이가 횡단보도에 주저앉아 크림빵을 입에 구겨넣고 있었다. 나는, 비닐봉투를 움켜쥐었다. 집에 도착했다. 잤다.




2013.07.27


새벽 4시, 밤이 무너지고 있었다. 매미가 나무를 긁기 시작했다. 인류는 닫히는 눈꺼풀을 붙들고 시간을 과소비했다. 눕는 인류와 일어나는 인류는 서로 인사하기를 꺼렸다. 모두 일기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적히지 못한 낱말들이 밤과 함께 잘게 부서졌다. 빗물과 매미 울음에 밀려 하수구로 떠내려갔다. 그 광경을 모두 지켜본 참새들은 낱말들을 찾으려, 새벽부터 다시 밤이 올 때까지 바닥을 쉴새없이 두드렸다. 어쩌다 낱말 하나를 주우면 나무에 물어다 놓았다. 잃어버린 낱말로 쌓인 나무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자랐다. 해가 떠있는 동안 인류는 적지 못한 낱말들로 다시 밤을 쌓았다. 매미는 하고 싶은 말을 나무껍질에 모두 썼기 때문에 밤이 없었다. 하지만 아무도 읽지 못했다. 매미는 울었다. 나무는 뿌리로 울음을 마시고 줄기를 낱말로 채우고 껍질에 밤을 새겼다. 그 나무가 뻗은 가지에서는 얇은 잎이 돋았다. 지나가던 소년들이 잎을 따다가 풀피리를 불었다. 그 노래는 누구에게나 참 선선하다고 한다. 


@won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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