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07. 08
파란 우산을 펼친다. 우산이란 참으로 신기한 물건이라서 펼치기만 해도 비가 그치고 맑은 하늘이 열린다. 그러나 우산 속에서 부르는 이름은 비와 함께 바짓단을 적신다.
2013.07.14
산도 떼어보면 흙 한 줌이라고, 바다도 떠보면 물 한 방울이라고, 역사도 그 때에는 한순간이었다고, 내가 여기 있다고, 뭔가 하고 있다고.
2013.07.14
흩어떨어지는 것. 그것은 비이기도 하고, 눈이기도 하며, 지난 시간이기도 하고, 아름다움이기도 하다. 그것은 거절당한 사랑처럼 시들어 땅으로 돌아가려는 듯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 그늘 한 켠에서 가만히 피어난다. 그것은 곧 향기로 번지고, 날아올라, 흩어지고, 떨어진다. 그것은 비이기도 하고 눈이기도 하며 기억이기도 하다.
2013.07.17
왜 비는 땅을 적시는가. 왜 말은 흐르다, 사람 사이에 고이는가. 왜 새벽 1시는 지나가지 않고 다가오는가. 왜 안녕, 나무라듯 말하지 못하는가. 왜 가진 것과 갖고 싶은 것, 보내야 할 것과 받아야 할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가. 오는 것은 어디에서 오고, 다가가야 할 것은 어디에 있는가. 붙잡을 때는 언제이며 놓을 때는 언제인가. 아무것도 모르는 채 우리는, 그저 모든 것을 보듬을 뿐.
@won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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