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입니다. 이 날짜, 이 시간에 깨어있는 게 꽤 오랜만이네요.

그러면서도 이렇게 우울하지 않으니...

이 틈에 개인적인, 2012년 정리와는 어쩌면 상관없는

세 가지에 대한 마음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1. SNS (Facebook 등)


 관음증이냐, 연예인 병이냐, 외로워서 그러냐 이러니저러니 말이 많은 SNS입니다.


 저는 굳이 분류하자면 내성적이고 소심한 편입니다. 이런 이분법적인 분류체계를 반박하고 싶은 마음부터 들 정도로 세심한 편이지요. 다시 말하면 저를 드러내는 걸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닙니다. 감정을 잘 숨기는 편이지요. 좋다 싫다를 잘 말하는 편도 아닙니다. 큰 주관에 벗어나지 않는다면 대체로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잘 따르면서 그 안에서 나름의 방책을 찾는 편입니다. 문자를 보내던 시절만 해도 짤막한 문자를 보내기로 친구들 사이에 악명이 자자할 정도였으니까 그리 살가운 성격도 아닙니다.


 근데 왜 트위터를 했고, 페이스북을 하고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사실 트위터는 아무 생각 없이 시작했습니다. 그저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이었습니다. 애초에 트위터는 주변에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으니까요. 초기 통신 세계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전혀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흐르는 정을 발견했습니다. 반가운 마음이었습니다.


 페이스북을 하게 된 계기는 조금 다릅니다.

 페이스북은 트위터와는 다르게 아는 사람, 또는 you may know를 기반으로 합니다. 아는 사람과의 연결이죠. 페이스북을 시작한 건 외국에 잠깐 있을 때였습니다. 어차피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었으니 인연의 끈을 남겨두고 싶어서 만들었습니다. 근데 돌아와서 사회에 나와보니 대학과 사회의 거리가 영국과 한국만큼 멀더군요. 언제나 주변에 있던 친구들을 이제는 만나기 어려웠습니다. 매일 보고 싶지만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데, 글 쓴다고 처박혀 있었더니 더 늘더군요.


 보고 싶었습니다.


 친구들이 잘살고 있는지, 별일 없는지 보고 싶다고. 나는 이렇게 살고 있다고. 함께 하고 싶은 마음 하나를 사진으로, 우리 사이에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싶은 마음 하나를 글로 올린다고. 이 징검다리 위로 내게 오는 길을 열어 두었다고. 다 같이 모여서 얘기하던 시절이 그립다고. 그러니 계속 추억을 쌓자고. 공간과 시간이 다르더라도 돌멩이 하나씩 들고 와, 여기에 쌓아놓고 둘러앉아 이야기하자고.


 불편해할까 봐 당신에게 직접 말은 못 걸지만, 저는 당신과 이야기하고 싶은 겁니다. 

 저에게 SNS는 그런 의미입니다.





2. 책


 사람들이 저에 대해 오해하는 면이 있습니다. 


 저는 읽기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딱히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닙니다. 빨리 읽는 편도 아닙니다. 가십성 기사를 읽지 않고, TV를 안 볼 뿐이지 영상(미드, 영드, 일드, 애니, 영화 등)은 좋아합니다. 다만 읽기처럼 접근합니다. 보면서 계속 생각하는 버릇이 들어서, 추리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범인을 맞추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문제는 딱히 추리, 범죄 물이 아니라고 해도 전개나 결말을 혼자 머릿속으로 써보는 못된 버릇이 있습니다.


 아, 중요한 건 이게 아니라.


 근래에 책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실 위와 같은 버릇 때문에 이미 들은 이야기라든지, 뻔한 이야기를 들을 때 딴생각을 하거나 심드렁해지는 습관이 있는데 이런 게 말끔하게 사라지는 주제를 발견했습니다. 책입니다. 책에 관해서 이야기를 할 때는 이상하게도 그렇지 않은 자신을 최근에서야 발견했습니다. 아마도 주변 사람들은 예전부터, 아니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모양이지만 저는 제가 그런 식으로 반응해왔는지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마치 철천지원수라도 책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면 용서하고 십년지기처럼 이야기할 기세로 동공이 열리는 게지요.


 그동안 참 좋아하던 것에 소홀했습니다. 이렇게 뻔히 좋아해 온 취미나 사람을 옆에 두고도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이지 않나 싶습니다. 아직도 모르는 것 같으니 많은 제보 바랍니다.




3. 글


 다른 직업을 보면 몰두하는 모습이 뭔가 프로페셔널하고 멋들어집니다. 예를 들면 스포츠 쪽으로는 농구, 축구, 야구 선수 모두 유니폼을 입고 뛰는 모습이 멋집니다. 화가, 가수, 연기자 등 시각적으로 화려한 면이 많습니다. 언론, 정계 등 이슈를 다루는 사람들 하며, 프레젠테이션과 회의를 하며 넥타이를 풀어헤치는 회사원도 멋집니다.


 근데 작가라는 직업은 참 멋이 없습니다. 골방에서 펜과 머리카락을 동시에 부여잡고 끙끙대는 모습밖에 없습니다. 꿈 많을 중학교 때 대체, 왜, 하필이면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었는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동경을 가질 대상도 없었고, 그렇다고 딱히 어떤 작가나 특정 글을 좋아했던 것도 아니었는데.


 근래에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작가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닙니다. 어떤 동경에서 시작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숨기고 싶지만 드러내고 싶은, 말하고 싶지만 말하지 못하는, 소심함과 욕심이 빚어낸 산물인 겁니다. 다른 것에 취미를 붙였다면 참 멋있을 텐데 하필이면 소개팅이나 대면하는 자리에서 뽐낼 수 없는 취미를 키웠나 싶습니다. 게다가 만족스러운 수준도 한참 모자라고. 글을 쓴다는 게 삶이 무슨 득이 있겠습니까. 작가가 돈을 못 버는 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심해나 외계 생물에 관심이 많은 사람, 학자가 여럿 있습니다. 이 사람이 에우로파 별에 있는 얼음 아래에 있을지도 모르는 외계 생물을 탐사하기 위해 몇십 년을 바칩니다. 과연 이 사람들은 그 외계 생물을 발견함으로써 얻는 명예, 학계에서의 지위, 그 뒤로 다닐 강연에서 벌어들일 돈을 생각하고 그 연구를 계속하는 걸까요.


 아마 그냥 보고 싶은 걸 겁니다. 

 그리고 같이 보고 싶은 마음일 겁니다.

 저도 비슷한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설날에 또 받으세요.


@won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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