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하나가 어디선가 툭 떨어졌다. 떨어진 곳은 물방울로서는 스며들 수 없는, 검은 아스팔트였다.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어 물방울은 기다렸다. 이윽고 해가 뜨고 아스팔트에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물방울은 다음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해가 중천을 넘을 때 즈음, 물방울은 가벼운 몸이 되어 날아올랐다. 고양이 발로도 잡을 수 없을 만큼 사뿐하게 나비처럼 날아올랐지만, 누구도 그 형체를 보지 못했다. 사라진 물방울은 벽을 넘어, 지붕을 내려다보았다. 지붕과 지붕이 모여 지역을 만들고, 이 강과 저 강을 한눈에 내려다볼 때까지 날아올랐다. 

 그곳엔 다른 물방울이 많았다. 물방울은 그들과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이곳은 그들과 친해지는 자리가 아니다. 그들과 싸우는 자리다. 경쟁해야 한다. 먼저 뛰어내려야 한다. 기다리는 동안 물방울은, 사람들이 주로 자는 동안 그러하듯, 이를 악물었다. 물방울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고 그러다 예정에 없던 신호탄 소리를 들었다. 천둥이 울리자마자 물방울은 뛰어내렸다. 다른 물방울들도 마찬가지로 앞을 다투어 뛰어내렸다. 물방울의 머릿속엔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빨리 돌아가고 싶다. 더 빨리 돌아가고 싶다. 내가 태어난 그곳으로, 정확히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다. 

 물방울은 더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앞서 뛰어내린 다른 물방울들이 지붕에, 우산에, 아스팔트에 부딪혀 부서졌다. 물방울은 이를 악물었다. 어느 다른 물방울도 서로 달래거나 격려하거나 힘을 모으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 그대로 잎과 돌과 흙에 부딪혔다. 물방울은 이를 더욱 악물었다. 자신의 차례가 시간만큼 무서운 속도로 눈앞에 다가오고 있었다. 물방울은 더욱 빌었다. 더 생각했다. 돌아가고 싶다고, 태어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모든 물방울이 바라듯 나도 바란다고,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무엇인가 순식간에 앞에 들이닥쳤다. 물방울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물방울은 깨달았다. 자신이 바라던 곳으로 돌아왔음을, 태어난 그곳, 여행이 시작된 그곳으로 돌아왔음을. 물방울은 누군가의 속눈썹 끝에 매달려 있었다. 물방울은 점점 따뜻해졌다.


@wonwoo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