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5
저 단풍 사이, 어디쯤 겨울이 숨어있나, 말을 건다. 흔치 않은 겨울이라 바람 뒤에 숨겼으니 나 가거든 보시오, 한다. 나무에 잎이 없어 말이 없을 때, 우리는 겨울을 발견한다. 겨울겨울겨울, 어떤 이름이든 세 번 외치면 사랑에 빠진다, 한다.
2012.11.6
가을새가 노란 발자국을 남겼다. 발자국 따라 걷다 보니, 바람도 없는데 자꾸 흔들린다. 가을새는 이 많은 방황 끝에 무얼 찾은 걸까. 또 따라 걸어본다.
2012.11.8
자신의 선택을 바꾸는 사람, 타인의 선택을 바꾸는 사람.
우리는 어떻게 새벽 두 시에 도달했을까. 아무도 알아볼 수 없고, 어느 길도 분명치 않은 밤. 모든 익명은 나의 이름, 모든 방황은 네게 가는 길. 우리에게 다섯 번째 계절이 오고 있다.
2012.11.9
수수께끼. 당신보다 먼저 웃고, 먼저 우는 사람입니다. 당신과 함께 웃고, 몰래 우는 사람입니다. 당신이 더 행복할 수 있다면, 덜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입니다. 보이지 않는 표현이, 보이는 표현보다 큰 사람입니다. 나는 누구일까요.
기적이 오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 기다리는 모습을 믿음이라고 한다.
페어리 테일,
동화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미녀와 야수야.
왜냐하면 다른 동화의 왕자는
다들 여자의 외견에만 끌리잖아.
소위 말하는 첫눈에 반한다는 거. 그렇지만
마법에 걸린 야수는 사랑을 몰라.
장미 꽃잎이 말라서 떨어지기 전에
벨이 사랑하는 걸 깨달아야 해.
그렇지 않으면 마법이 풀리지 않아.
그러니까 네가 지금은 사랑을 모른다 해도
언젠가 분명 내가 벨처럼 알려주고 싶어.
장미 꽃잎이 말라서 떨어지기 전에.
그게 너와 나의 동화,
페어리 테일.
- '장미 없는 꽃집' 중에서
2012.11.11
새벽 두 시, 비 오는 중. 멀리서 오는 소리, 차갑다. 낮에는 없던 소리, 공사 중. 세차게 때리는 소리, 차갑다. 새벽 세 시, 하루를 되감는 중. 무겁게 누르는 소리, 차갑다.
2012.11.24
나 당신에게 가고 있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송. 많은 이들이 잃어버린 통신수단.
2012.11.28
겨울, 하지 못한 말들이 하얗게, 하얗게 변한다. 자정, 하지 못한 말들이 가슴에, 가슴에 내린다. 새벽 네 시, 두텁게 쌓인 말들이, 하고 싶은 말들이 녹질 않는다.
@wonw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