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17


 파도가 일면 모래성은 무너지겠지. 발을 빼면 발자국은 사라지겠지. 그래도 성을 쌓겠지. 더 깊이 발을 담그겠지. 모래가 조금이라도 더 기억하라고. 내가 여기 잠깐 있었다고.


 우리집에서는 우주와 바다를 순식간에 오갈 수 있습니다. 먼지와 이끼로 이루어져 있거든요.




2012.07.22


 '정말로 사랑한다면' 버스커버스커의 노래를 들으며 ...

 새벽 무렵의 달처럼 빛 앞에 무너질 곡, 빛으로 스러지고 나면 아무도 기억하지 않을 그 달처럼 끝자락에 서 있는 곡.


 100리터 쓰레기봉투가 누운 방향을 따라 걸어보게. 맨홀이 그리는 별자리를 발견할 수 있을 걸세. 키 큰 나무 위에서 택시의 궤적을 그려봤다면 알겠지. 파란불만 좇다간 제자리에서 빙빙 돌지 않나.





2012.07.31 1:18 AM 자다가 일어나서.


 더워. 끝내고 싶어하는 마침표처럼 더워. 꼭 누른 자국이 지워지지 않아 더워. 살아있다는 이유로 이렇게 뜨거운 것인가 싶을 정도로 더워. 단락과 하루는 까만 마침표와 밤으로 끝나지 않아 여전히 더워. 아, 이 새벽글이 유치하고 짜증나서 더워.




2012.08.11


 오해 : 빈 말의 세상에 살다보니 본의 아닌 말을 하면서 본의 아닌 말을 믿어버리네.




2012.08.16


 우울은 죄가 아니다. 아직 아무도 울지 않은 곳에서 온 바람이 가을과 함께 가져왔을 뿐이다. 이를테면 덤이다. 그래서 이렇게 어디선가 덥석 잘도 받아오는 것이다.




2012.08.25


 가을밤은 말이 많다. 특히 귀뚜라미, 너. 주저리주저리 우는 소리. 이제 덥다는 핑계도 없는 앙상한 밤이 왔다.




@won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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