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28

무척 쓸쓸한 밤이었어. 걸음마저 내 것 같지 않았어. 무엇이든 분명하게 밝혀주는 돋보기로 고양이를 비췄더니 글쎄, 얇은 골판지였어. 무척 많이 걸은 밤이었어. 거리와 기억이 다른 밤이었어. 가로등이 너무 높아 갈등이 보이지 않는, 차라리 부서져버렸으면 하고 바라는 밤이었어. 걷다보면 아침이 올게 뻔한데도 마음을 문질러 불을 지를 수밖에 없는 밤이었어.



2012.06.11

밤바람이 좋아 삼거리에 섰다. 바람이 일방통행 화살표를 따라 달렸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나무가 잎을 펼치고 가지를 휘둘러도 비를 다 받아내진 못했다. 바람이 애써 달렸지만 소용 없었다. 여름이다. 가끔 감당하기 힘든 비가 내리는 건 당연하다. 그렇게 바람과 나무를 위로했다.



2012.06.13

나무와 벽돌의 이야기. 부러진 적 없는 가지와 산산히 부서져본 돌덩이. 비가 새긴 줄기와 바람이 말린 모래. 흔들리는 손바닥과 변치않는 발바닥.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는 항상 이렇게 먼 거리에서 시작했었지.



2012.06.28

눈물이 택시를 타고 차창을 건넌다. 누굴 만나고 오는 길이니?



2012.07.03

사람들은 생각보다 둔감해서 상징을 버릴 필요가 있다.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림을 태우고, 전화기에 아쉬움을 문지른다. 창문 옆에 무관심을 널어 놓고 후회를 걷어 들인다. 병원은 주저와 엇갈림으로 가득하다. 여전히 사람들은 둔감해서 울어야 할 때와 화내야할 때를 구별하지 못한다.



@won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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