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친구를 만날 때마다 자신의 머리에 점을 찍었고, 홀로 눈을 감는 밤이면 친구와 지낸 시간만큼 선을 그렸어. 슬플 때면 눈물 대신 선이 떨어졌는데, 아이는 그걸 하나하나 확인했지. 바닥에 떨어진 수만큼 아이의 시력도 떨어지다, 눈꺼풀을 들어 올릴 수 없을 즈음 두 눈동자를 잇는 선을 하나 스스로 긋고서, 그 선이 떨어지기 전에 먼저 잠들곤 했지. 아이는 거울을 보는 법이 없었지. 어느 날 아이가 일어나 온 힘을 다해 눈꺼풀을 들어 올렸어. 사람들은 아이가 깨어났다고 했어. 아이는 마지막 선 하나가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봤어. 이마를 벗어난 선이 공중에서 가라앉는 궤적을 따라, 아이의 시선과 눈꺼풀도 낮아졌지. 선이 바닥과 만나 자취를 감추자, 아이는 마침내 눈을 감았어. 사람들은 아이가 죽었다고 말했어. 하지만 눈을 감았을 뿐이야. 우리가 아직 보지 못한 선을 아이가 보고 문을 닫은 것뿐이야. 닫힌 문밖에는 우리가, 안에는 아이가 있는 것뿐이야. 

@won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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