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아이는 땅 위에 늘어지는 자신의 그림자가 좋았다. 이별할려야 이별할 수 없는 반려자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이는 그림자를 흙과 함께 주물러 모양을 바꿨다. 그림자는 파서 움푹 들어간 면과 쌓아서 볼록한 면을 가리지 않고 벌렁 누웠다. 그러나 마을에 딱딱한 도로가 깔리기 시작했다. 어느 길을 걷든 그림자는 같은 모양이었고 아이는 도로를 반죽할 수 없었다. 마을에 큰 건물이 늘어났다. 건물은 산보다 크고 분명한 그림자를 늘어뜨려, 아이는 자신의 그림자를 볼 수조차 없었다.

아이는 어떡해야 할지 몰라 어른들을 보았다. 어른들은 건물 사이로 나오는 좁은 빛에 잠시 머물러 그림자의 제 모양을 확인했다가, 다시 건물의 그늘로 들어갔다. 그들은 건물의 큰 그림자에서 자신의 그림자를 찾느라 아웅다웅하면서도, 좁은 빛 아래에서 제 모양을 보면 낯설어했다. 아이는 무서웠다. 그래서 낮에도 초를 켜 들고 다녔다.

@won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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