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에도 우산은 있다. 서랍 안, 책상 밑, 신발장 뒤, 옷장 옆, 가방 속, 어디에나 있다. 물이라곤 닿아본 적 없는 귀부인처럼 다소곳이 옷깃을 여미고 앉아, 명상하는 승려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비가 내리면 품을 펼쳐 흠뻑 젖더라도, 곧 털어내어 비 맞기 전으로 돌아간다. 우산은 맑은 날을 견딘 힘으로 비를 견딘다. 

@won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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