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어머니는 어디론가 떠나라는 화살표의 충고를 받아들여 건널목을 건넜다. 화살표의 날카로운 끄트머리가 어디에도 제대로 닿지 않듯, 어머니는 건널목을 마저 건너지 못했다. 부서지듯 흩어지는 동전 속에서 어머니는 떨어뜨린 손톱을 찾고 있었다. 건널목은 매일 걸음으로 몸을 문질러, 밤이면 번쩍번쩍 광이 났다. 햇빛에 차마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다가 눈앞의 불에 뛰어드는 나방처럼, 선글라스를 낀 사람들이 차를 세우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러질 듯 휘청이는 신호등 아래에서 어머니는 손톱을 찾아냈지만, 반짝이는 건널목과 떨어진 동전을 구분하지 못했다. 아이의 어머니는 한때 가득 찼던 주머니의 텅 빈 밑바닥에 손톱을 넣고 흐뭇해했다. 건널목의 화살표는 언제나 걸어갈 방향을 가리켰지만, 어머니는 반대 방향을 가리키는 화살표 또한 잊지 않고 밟았다. 아이가 걸음을 걷기 시작해 건널목 앞에 처음 섰을 때, 어머니는 그 이유를 말해주었다. 화살표는 네가 걸을 방향을 알려주지만, 사실 어디로 걷든 화살표는 있단다.

@won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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