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아버지는 해가 뜨기 전에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거리로 나갔다. 천천히 걸으며 어둠 사이사이에 핀 가로등 불빛을 거두었는데, 그의 뒤에 남은 가로등은 꽃을 뺏긴 꽃대처럼 처량했으나 곧 잠들었다. 아버지는 밤새 버틴 가로등을 재우고 다닌 것이다. 하지만 저녁에 그들을 깨우는 일이 더 어려웠다. 해질 무렵이면 아버지는 거리에서 낙엽처럼 굴러다니는 빛조각을 새카만 연탄집게로 주워, 가로등마다 하나씩 넣어주었다. 낮과 밤이 말이 없듯, 아버지는 그렇게 묵묵히 하루를 살았다.

@won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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