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밤이 아주 밝다. 달이나 구름, 별의 수와 꽃잎의 수, 눈과 길의 면적에 따라 달라지는데, 무엇보다 낮에 들은 말이 가장 크게 밝기를 좌우한다. 말은 꺼내고 담는 은화와 같아서, 하루라는 주머니는 들은 만큼 묵직해지고 말한 만큼 가벼워진다. 게다가 상황에 따라 값과 무게가 다른데, 예를 들어 배고프다, 피곤하다, 지루하다는 말은 벽돌과 같아 순식간에 넘지 못할 밤을 쌓는다. 그러나 같은 말이라도 남이 버린 말을 담다보면 가장 비싼 새벽을 살 수도 있다. 쌓이는 밤을 피해 도망치던 어떤 이는 거리로 나가 지나치는 사람들의 말을 허겁지겁 주웠다. 그러나 빵가루로 빵을 빚을 수 없듯, 말 부스러기는 먼지처럼 가벼워서, 그가 내쉰 한숨에 한 해가 날아가버렸다. 그에게는 일 년 내내 캄캄한 밤이 계속된 것이다.

@won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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