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사람들과 다른 시간대에서 살았다. 사람들이 아침을 먹을 때 구두를 닦았고, 하루 일을 시작할 때 점심을 먹었다. 일을 마치고 저녁 식사를 먹기 위해 가족과 둘러앉는 시간에, 아이는 이불을 펴고 누웠다. 사람들은 종종 아이와 마주치곤 했지만 아이가 누구와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더구나 사람들은 모른다는 사실조차 몰랐는데 그 이유는 걸을 때 항상 발밑을 살피기 때문이었다. 걷다가 무언가 밟진 않을까, 발에 채이진 않을까, 걸음이 너무 느린 건 아닐까 생각했다. 게다가 아침엔 점심을, 점심엔 저녁을 생각하는 식으로 언제나 미래에 관한 일만 고민했다. 그들은 이미 밟은 땅을 뒤돌아보는 법이 없었고 밟지 않을 벽이나 하늘을 보는 법이 없었다. 그에 비해 아이는 언제나 하늘의 표정을 살폈다. 구름이 몰려드는지, 지나가는지, 피어나는지, 흩어지는지 보았고, 새 장화를 산 사람처럼 비를 기다렸으며, 은행나무가 은행을 눈물처럼 떨어뜨리는 동안 옆에 앉아 자리를 지켰다. 아이는 사람들이 버리고 가는 빈 소라 껍데기 같은 이야기들을 줍고, 간직하고, 듣고 있었던 것이다.

@won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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