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뾰족한 손톱을 가지고 태어났다. 키가 자란 만큼 손톱도 자랐지만 쓸 일이 많았다. 모기 물린 곳을 표시하는 일, 무너질 모래성에 장식을 그리는 일, 초조함을 달래는 일, 먼 별을 가리키는 일, 너와 나의 경계를 긋는 일, 기다림을 벽에 새기는 일. 바람과 파도가 바위를 깎듯, 시간과 용서가 아이의 손톱을 뭉툭하게 만들었다. 아이는 이제 혼자서 손톱을 깎았다. 어떤 일도 하지 않아 아무것도 끼지 않은 손톱이 깨끗이 잘려나갔다.
@won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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