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나무 아래 섰다. 아직 가로등이 꺼지지 않은 새벽이었다. 보도블록을 노랗게 뒤덮은 그것이 너무도 거추장스러워 보였다. 남자는 입김을 불었다. 입김은 덥힐 것이 없어 공중에서 흩어졌다. 남자는 두툼한 장갑의 목을 죄어 손목에 붙들었다. 그리고 비를 들어 노란 것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뻣뻣한 살로 바닥을 쓸자, 어떤 것은 찢어지고 어떤 것은 비에 붙었다. 어느 정도 모았다 싶으면 비를 놓고 손으로, 두툼한 장갑으로 노란 것을 노란 포대에 담았다. 비에 붙은 것도 떼었다. 그리고 또 비를 잡고 쓸었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어 긴 내리막길을 보았다. 고개를 돌려 이미 쓸어 드러낸 거리를 보았다. 가로등이 하나 둘 꺼졌다. 보통 이 시간이 남자에겐 가장 어두웠다. 남자는 노란 포대 옆에 비를 내려놓았다. 막 문을 연 슈퍼로 들어가 아직 데워지지 않은 캔커피를 꺼냈다. 슈퍼 주인이 종이컵을 가져왔다. 두 사람은 뜨겁지 않은 커피를 나눠 마셨다. 바람이 불었다. 겨우 모습을 보였던 보도블록 위에 단풍이 다시 떨어졌다.

@wonwook
 

으스러진 해 부스러기가 잎사귀에 떨어지네.

@won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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